정원(庭園)에 삽니다 

최대욱∥교육학박사·청천(淸泉)교육문제연구소 이사장

2023-05-17     최대욱

패션쇼를 준비하듯
무대에 장막을 두르더니 
분주히 세월을 날랐다.

기다림을 열고
축제장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울려 퍼져 허공까지 놀란다.

풍덕 뜰 가득한 유채꽃 물결에     
오색 튤립 차례로 바늘에 꿰어   
순천의 상징을 S자로 겹겹이 수 놓았다. 

꽃수로 완성된 커다란 양탄자는   
봄바람에 실려 하늘을 날려는 듯 
원색으로 차려입은 승객들을 불러 모은다. 

오천 뜰을 점령한 사계절 잔디는
주인인 저류지를 연못에 몰아넣고   
남의 땅이 제 것인 양 의기양양해 있다.

터를 빼앗기고 낮은 곳으로 쫓겨난 연못은 
밉상의 새 친구를 벌써 용서했는지     
다정히 손잡고 손님들의 안구를 정화시킨다.

두 뜰을 갈라놓은 동천은 미안한 마음에  
양팔 높게 쳐들고 흔들다리 지탱하느라 끙끙대더니  
흐르던 강물을 멈춰 세워 배까지 띄웠다. 

축제장을 꽉 메운 환한 얼굴들은 
런웨이로 변신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동천의 흔들다리를 걸으며 미소지을 때 패션쇼를 완성하는 듯하다. 

 

-캐치프레이즈 ‘우리는 정원삽니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