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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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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에 대한 단상(斷想)
  • 나동주
  • 승인 2021.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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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주∥ 前 영광교육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성장한 중국계 미국인 이소룡(李小龍, Bruce Lee)은 1973년에 제작한 그의 대표 영화 <용쟁호투>를 끝으로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키 172Cm, 몸무게 62Kg이었던 그는 비록 체구는 크지 않았으나 그가 홍콩과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는 기존 홍콩 무술 영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위대한 시도는 실패조차 아름답다”던 그는 당시 영화계의 작은 거인이었습니다.

1973년 7월 20일 밤, 홍콩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소룡이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옵니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깨어나지 못한 채 32세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합니다. 그의 죽음은 많은 미스터리를 낳게 했으나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은 오히려 그를 ‘희대(稀代)의 전설’로 만드는데 일조했으니 세상사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시애틀 공동묘지에 숨결 없는 영면에 들었습니다. 

용쟁호투는 용과 호랑이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용호상박(龍虎相搏)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진정한 고수(高手)들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며 승패의 뒤안길에는 풋풋한 배려의 향(香)이 낭자합니다. 무릇 용과 호랑이의 싸움은 이겨도 지는 것이고, 져도 이기는 것입니다. 승패를 떠나 한바탕 피 튀기는 싸움 끝에 모두가 승자가 되는 아름다운 대결입니다. 절대 강자들의 진검 승부란 바로 이런 것이며, 이는 영화 '용쟁호투'와 그 결을 같이 합니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특히 교육감 선거가 실시되는 대단히 중요한 해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당별 경선의 파열음은 그렇다치고라도 조선시대부터 면면이 이어져 온 당파 싸움은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끄러운 모습은 당연히 표로 심판하여야 하나, 몹쓸 지역주의에 갇혀 후보의 리더십과 도덕성은 주요 관심사에서 예외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애초부터 용쟁호투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국민들을 스윙보터(swing voter)로 전락시키고 정치가 늘 ‘그들만의 마이너 리그’로 추락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나보다 못한 인간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일갈(一喝)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는 삼류 정치판 속에서 사는 불행한 일류 국민입니다.

전라남도교육감 선거에 관한 첫 여론조사가 매스컴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회자되고 있는 세 사람의 지지도를 분석한 것입니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봅니다. 전남교육의 혁신을 지향하고, 전남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며, 미래사회를 선도할 실천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후보자를 찾습니다. 전남교육의 열악함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그리고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다 할 참된 교육감 후보자를 찾습니다.

과연 전남교육의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가 진정한 용쟁호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도토리 키 재기’가 될 것인가? ‘마징가 제트’와 ‘로봇 태권브이’처럼 용호상박의 한 판 대결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긴개긴’이 될 것인가? 이는 이번 선거 최대의 관전 포인트로 작동될 것입니다. 물론 순전히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만이 이를 결정할 것이나, 유권자들은 자강두천(自強-天)에 버금가는 이른바 진정한 용쟁호투를 기대하고 있음을 후보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감은 결코 신분의 수직 상승을 의미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파편화된 사고에 기대어 출세가도를 달리려는 방편으로써의 감투는 더더욱 아닙니다.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하면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교육적 성과를 거양하기 위해 가지 않은 길, 불확실한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서 모범 답안을 찾아내야 하는 운명 같은 사도(師道)의 길입니다. 그러기에 후보자들은 위기의 전남교육을 회생(回生)시키는 용과 호랑이 같은 명장(名將)의 탄생을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소망을 늘 기억해야만 합니다.  

가을처럼 쓸쓸한 저녁, 속절없이 노을이 붉습니다. 낙도의 허름한 폐교(廢校)에 숨겨 둔 아이들의 재잘거림조차 노을 속으로 숨습니다.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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