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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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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요"
  • 장옥순
  • 승인 2021.08.1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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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순∥'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외 다수 저자

"좋아하는 일을 하니 파랑새가 돌아왔어요"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희곡 '파랑새'에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두 남매가 나옵니다. 남매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멀리 여행길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파랑새를 찾지 못합니다. 그러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야 집 문에 매달린 새장 속에서 파랑새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행복의 의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즐거움과 재미를 말하는 것인지, 내면의 평화와 안정, 진리에 대한 깨달음인지. 행복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한 사람, 명예로우면 행복한 사람, 가족이 건강하면 행복하다는 사람, 아름다운 사랑에 빠지면 행복한 사람 등. 행복에 대한 개념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콕 집어서 정의하기 어려운 추상적 단어가 분명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행복합니다. 저에게 행복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의 창고가 비어있지 않도록 채울 때입니다. 독서보다 더 좋은 것은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며 원하는 글이 써질 때 더 행복합니다.

1년 이상 하루도 쉬지 못하고 외손녀 육아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도 축나고 아픈 곳도 늘면서 도대체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손을 놓았지요. 

그 결과 피폐해져가는 정신줄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엄습했습니다. 몸이 고단하니 자꾸 누울 자리만 보는 습관을 이기고자 무조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어려움에 처할수록 살고 싶은 본능이 고개를 듭니다. 다만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경청하는 예민함을 잃지 않으면 길이 생깁니다.

큰 글자 책을 찾아 읽으며 도서관 생쥐가 되면서 활기가 생겼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행복해졌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눈 건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휴대폰도 접고 텔레비전도 줄였습니다. 피곤하다고 낮잠을 나는 버릇도 없애고 자판 앞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고 자판을 두드리면 목과 손목이 아파서 대안을 찾았습니다.  휴대폰의 메모 기능 속에 녹음 기능이 있습니다. 다소 오탈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성능이 좋습니다. 원하는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면 그대로 받아 적어주지요. 이걸 이메일로 전송하여 받은 다음 복사하여 원하는 원고에 붙여 쓰는 한결 편합니다.

일기도 그렇게 녹음 기능으로 저장하니 어느 때던 시간 날 때마다 저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손글씨로 쓰는 불편함에 비하면 매우 효율적입니다. 다만 발음이 부정확하면 엉뚱한 글이 입력되어서 혼자 웃곤 합니다. 기계이니 어쩔 수 없지요. 사람도 실수를 밥 먹듯 하는데 하물며 기계인데.

그렇다고 제가 알려진 작가도 아니고 어쩌다 펴낸 책이 팔리는 것도 아니며 원고청탁을 받는 정도도 아니니 굳이 힘들게 글을 쓰며 자신을 혹사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글을 써서 글값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제 글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닌, 그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서툰 글쓰기이지만 이것이 나를 살리고 행복하게 해주는 원천이 확실하니 어쩌겠습니까. 문학은 목매달아도 좋은 나무라고 했으니 사는 동안 사랑하고 매달릴 작정입니다.

책을 읽으며 찾아낸 나의 파랑새는 내 안에 있음을 깨닫고 기뻤습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도 한참을 지난 이제서야 발견한 나의 파랑새는 책이고 글쓰기입니다. 막연하던 파랑새를 확실하게 잡은 설렘에 아이처럼 뛰고 싶습니다.

그 파랑새가 배 고프지 않도록 맛있는 먹이를 주고 날갯짓을 응원하며 예뻐하며 살고 싶습니다. 내 파랑새의 먹이는 책이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며 아름다운 순간에 감사하는 겸손함입니다.

주어진 내 처지에 만족하며 내 파랑새가 걱정하지 않도록 가족을 사랑하고 돌볼 수 있을 때 기꺼이 돌봐주는 잘 웃어주는 외할머니가 되렵니다. 나날이 귀여움을 발산하는 작은 영혼이 보여주는 예쁜 순간에 감사하렵니다.

공직생활과 육아로 힘든 딸아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즐겁게 도와주는 엄마로, 마지막 남은 옷 한자락 벗어서 홀가분해지는 그날까지 삶을 사랑하고 일상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육신은 늙어가지만 점점 명료해지는 내 영혼에 감사하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토닥여주렵니다. 결코 쉽게 살려 하지 않고 진정으로 오래 사는 삶이 무엇인지 고뇌하며, 힘들지만 그 길을 뚜벅뚜벅 함께 걸어주겠노라고 나의 파랑새가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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