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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등급 받으면 B등급 교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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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등급 받으면 B등급 교사인가?"
  • 노영필
  • 승인 2021.04.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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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교육평론가·철학박사

매년 성과급을 둘러싸고 학교 현장은 갈등이 크다. 공문은 “교원의 성과급은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해 교직 사회의 사기 진작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학습지도, 생활지도, 전문성계발, 담당업무 네 항목은 정량평가다. 교육공무원으로서의 태도, 학습지도, 생활지도, 전문성계발, 담당업무 다섯 항목은 정성평가를 한다. 이렇게 다면평가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취지를 살릴 방법이 쉽지 않다. 급간 차액도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정성평가든 정량평가든 평가 기준에서부터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령교과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담당시간을 수치로 통일해 계량화할 수 있을까? ‘기피업무’라고 하지만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맡게 될 때 이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공정성의 문제는 만만치 않게 꼬리를 문다. 평가지표인 수업 시간 수를 예로 들면, 수업 시수가 20시간이면 10점, 19시간이면 9점으로 배점하더라도 객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학교 단위의 총 수업 시수 안에서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6학급에 2단위면 주당 수업이 12시간이다. 주당 20시간이 그 학교 목표이면 나머지 8시간은 창체활동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겸임을 나가야 한다.

학급수와 주당 담당시수에 따라 과목마다 달라진다. 단순히 맡은 시수만 셈하면 안 되는 이유다. 또 다른 어려움은 비교과다. 진로상담교사를 보면 수업을 10시간하고 주당 8시간 이상 상담활동을 한다. 그 상담활동이 평가 항목에 없다. 자칫 비교과 교사는 만년 꼴찌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데 평가항목으로 들어간다면 앞뒤가 맞지 않은 경우다.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을 뽑으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만들기 어려운 선행환경이 더 문제다. 선행환경이란 자발성, 공정성이다. 교육활동은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전문성계발(연수, 연구 성과) 역시 그렇다. 담임 여부도 마찬가지다.

항목마다 자발성과 공정성이 유지되면 가능하지만 통제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성과급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여러 차례 성과급 폐지가 언급되었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하고 있다’는 대세론으로 꺾이곤 했다.

현재 교육부는 여전히 현장 교사들의 성과급폐지나 무력화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일부 현장 교사들은 순환등급제와 균등분배 시스템을 만들어 저항하고 있다. 성과급 폐지의 첫 번째 근거로 꼽는 것은 학교 교사들의 근무 환경은 아직 자발성이 보장될 만큼 민주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를 나눌 때부터 자발성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즉 교감이나 교장의 평가가 승진제도와 연계되어 개입되면 성과는 줄 세우기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제시된 평가 기준표는 내부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항목 중 보직교사 여부를 보더라도 고약한 대목이 있다. 교장, 교감과 손발이 맞는 사람들로 보직을 구성했다면 불만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학교마다 업무 배치 내용이 달라 평가지표나 항목기준이 달라질 수는 있다. 교사들은 보직이 순환되는 것이지 그것이 쌓여 직급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업무를 맡을 때 성과급을 받으려고 그 일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교사들은 모두가 균등분배에 동의한다.

다시 원래의 성과급 취지로 돌아가자. 사기진작을 도모하려면 평가기준과 방식에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성과급은 기업의 성과급과 전혀 다르다. 올초 SK하이닉스에서 터진 '성과급 논쟁'이 각종 업계로 번졌던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산정기준의 투명성과 소통의 투명성이 쟁점이 되었다. 기업의 논리는 경쟁과 이윤추구가 중심축이다.

그러나 교육의 논리는 변화와 성장, 배움과 협력의 관계가 쌓아가는 과정이다. 오늘 말썽인 학생이 내일 성실한 학생으로 바뀔 수 있다. 거꾸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기업과 교육현장의 논리가 같을 수 없다. 교사들은 그런 환경에서 근무한다. 성과를 나누려면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 강조하지만 학교는 기업에서 말하는 경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사회다.

수업도 업무도 협력과 협업이 효율성을 더 높아지는 조직 형태다. 세태 역시 경쟁보다는 자율성이 확장되는 추세다. 과거처럼 획일적인 통제가 필요한 사회 환경이 아니다. 갈등을 조장하는 현행 성과급제도를 폐지하고 학교 단위에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공모사업제도를 편성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학교 단위의 성과제도만 운영하자는 제안도 있다. 참가자나 참가 학교가 달성한 사업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쟁의 역기능이 만든 허울을 벗고 당사자들인 교사들에게 명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순기능차원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절치부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역기능이 커져 구성원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성과급의 차액으로 위화감을 느끼게 만든다면 분명 폐지돼야 할 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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