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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아! 뚱딴지야! 호기심 리필을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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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아! 뚱딴지야! 호기심 리필을 부탁할게"
  • 김광호
  • 승인 2021.03.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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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 교육정보부장

오늘도 엉뚱이와 뚱딴지의 말랑말랑한 호기심은 산소마스크를 하고 있다. 호기심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보통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조립해보며 온종일 종횡무진이다. 그냥 나무늘보처럼 잠만 자지 않는다.

쌍둥이인 다섯 살 엉뚱이와 뚱딴지에게는 세상은 온통 신기하기만 하다. 잠시 엄마가 방을 비우면 방이며 거실은 엉망이 된다. 주목할 것은 그들이 서툰 글씨로 써놓은 글과 미완성처럼 보이는 그림에는 그들만의 심오한 뜻을 담고 있다.

네 살에 한 살을 더한 엉뚱이는 종종 알듯 말 듯 한 글을 쓴다. "엄마는 젖소요 아빠는 말(馬)이다. 나는 오늘도 젖소와 말을 그리워하고 있다." 

엄마가 무슨 의미인지 엉뚱이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나에게 매일 마실 것을 챙겨주시고 아빠는 매일 돈을 벌기 위하여 하루 종일 뛰어 다니시잖아요. 그래서 엄마는 우리에게 우유를 제공하는 젖소라고 부르고 싶어요. 아빠는 들판을 종일 뛰어다니는 말처럼 이곳저곳을 바쁘게 다니시기에 말이라고 했어요."

동생 뚱딴지는 그림을 그려놓곤 했다. "하얀 도화지에 머리는 착한 사람 얼굴이요 몸뚱이는 귀여운 푸들 강아지를 그려놓았다."

아빠가 무엇을 그린 거냐고 물어보았다. "저는 우리집 푸들 강아지처럼 착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우리집 강아지는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도 쫄쫄 따라다니며 웃는 얼굴로 멍멍멍 짓거든요. 제 마음을 알아주는 강아지처럼 커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엉뚱이와 뚱딴지의 글과 그림은 기발한 창의력의 소산이지만 학교에 가면서부터 시나브로 기(氣)를 펼 수가 없었다. 

선생님 : 엉뚱아, 그것은 글이 아니야. 이게 뭐야?  비유가 왜 이래.
엉뚱이 : 왜요? 저는 이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해요. 보세요. "학교생활은 시계의 시침과 분침 같다. 도서관의 책은 참 불쌍하다. 그들은 오늘도 피곤하고 불쌍할 뿐이다."
선생님 : 이게 무슨 글이야. 엉뚱아. 정말 너의 글은 이름처럼 엉뚱하단 말이야. 다음부터는 선생님이 가르침을 따라 논리적으로 글을 써봐.

엉뚱이 : 저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좋아요. 보세요. 학교생활은 정말 틀에 짜여 있잖아요. 시간표에 맞추어 우린 시계처럼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리고 보세요. 도서관에 가는 친구들은 몇 명 안 돼요. 학원은 매일 가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친구들은 거의 없으니 도서관이 얼마나 외롭겠어요?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선생님 : 엉뚱아,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단다. 그리고 책도 읽어야 하지만 영어와 수학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 그래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며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단다. 알겠니?

오늘도 엉뚱이의 말랑말랑한 생각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막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정말 엉뚱이는 이름에 걸맞게 엉뚱이라는 놀림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엉뚱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은 곳에서 상상력이 자라고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는 격이다. 그렇게 엉뚱이는 자신의 생각을 키우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 앉은 채 어른이 되었지만 사회 역시 그 엉뚱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 학교, 가정은 언제쯤 엉뚱이와 뚱딴지의 무한대 호기심을 허락할까? 주위에 서성이는 많은 엉뚱이와 뚱딴지가 그들만의 호기심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엉뚱아! 뚱딴지야! 호기심과 상상력 리필을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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