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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餘暇)? '이제는 보내지 말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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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餘暇)? '이제는 보내지 말고 즐기자'
  • 하영철
  • 승인 2021.03.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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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철∥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는 말이 있다. 놀면서 쌓인 피로를 씻어버리기도 하지만 노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은 6.25 전란 이후 먹고살기 위해 휴식이나 여가 없이 오로지 일만 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주 5일제 근무에 나라의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무 시간에 열심히 일한 다음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음 일의 능률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나 흥미도가 OECD 국가 중 하위에 속하고, 근로 시간은 가장 많지만 생산성은 최하위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문제는 휴식이나 여가 시간이 짧아서라기보다는 우리 국민이 일과 휴식을 철저하게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근무 중에 사적으로 찾아온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일과 휴식을 구별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우리 여가 실태를 보면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가 시간을 노동하듯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즉 여가가 도리어 근무보다 더한 피로를 가져오고 있다. 금토일 3일간의 여가가 주어지면 금요일과 일요일은 하루 종일 차속에서 보내고 휴식하기로 한 토요일마저 인파 속에서 스트레스만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가 시간이 일 못지않게 중요함을 인식한다면 자녀에게도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 가족과 함께 도심을 떠나 농촌에서 조용히 시간 보내기, 시 외우기, 노래 부르기, 삼행시 짓기, 독서를 하고 서로 그 느낌을 이야기하기, 좋은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는 기회 갖기, 봉사 활동에 참가하기, 동료나 친구들과 등산이나 취미 활동하기, 박물관, 전시회나 공연 보기, 운동경기 관람하기 등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가정교육이 필요하다.

성인들이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조사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TV나 DVD 시청하기, 음악 듣기, 전화로 수다 떨기, 인터넷 하기, 헬스나 걷기 운동하기, 친구 만나기 순이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여가를 개인만의 시간으로 보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여가는 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개인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야 하겠지만 가족과 같이 동료나 친지들과 같이 여가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초현실주의 화가 만 레이(Man Ray)는 "나는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탄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될 마음은 없다"고 했다. 휴식을 즐기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근면하면 망한다"는 말도 있다. 열심히 일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는 있으나, 틈틈이 휴식을 취하면서 그 사이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그 아이디어로 훨씬 많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할 때는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휴식이나 여가를 즐길 줄 아는, 나아가 여가를 즐기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자녀들을 지도하자. 이제부터는 '보낸다'는 의미보다는 '즐긴다'는 의미의 여가를 갖도록 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여가는 없도록 하자.

앞으로의 세상은 지(知)에서 정(情)으로, 두뇌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이 될 것이다. 세상이 급박하고 몰인정하게 변할수록 복잡해진 머리를 가슴으로 감쌀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갖도록 자녀를 교육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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