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코로나19에서 삶을 엿보다
상태바
코로나19에서 삶을 엿보다
  • 김광호
  • 승인 2021.01.17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호∥여양중학교 교사

여행이란,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통해 당황하는 자아를 대면하는 시간이다. 잠시 여행의 어원을 알아보자. 영어로 여행을 뜻하는 travel은 고대 프랑스 단어인‘travail’에서 기원한 것으로 단어의 의미는 ‘일하다’이다. 

Merriam Webster 사전에 travel이란 단어는 14세기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그 단어가 영어 노동과 여행을 의미하는‘travailen, travelen’그리고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er'에서 왔다고 말한다. 영어에서, 우리는 여전히 'travail'이라는, '몸부림치다'라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다.

어원을 미루어 보면 여행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여행은 무언가를 꼭 성취하겠다는 목적보다는 가출한 아이들처럼 드넓은 집밖에서 새로운 모습을 접하며 정신적 멀미를 한없이 해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삶이 풍요롭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나 삶을 해석하는 능력도 넓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여행을 권하는 이유다. 어제 친척 K씨를 만났다. 20여년만의 상봉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그와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많이 공유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한결 수월하게 풀어나갔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K씨는 그 동안의 삶을 낱낱이 고백했다.

"저는 S회사에서 서비스 담당 부서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 자금이 없으니까 막노동부터 시작해서 포장마차, 야채가게, 식당 운영까지 낯선 직업으로 바꿔가며 생계를 꾸려나갔어요.

도중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돈 한 푼 없는 힘든 시간도 있었지요. 하지만 추억이 많았던 저는 대인관계와 서비스 지수가 높아 찾아오는 손님들과 좋은 인연을 가졌고 급기야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되었지요.

저는 외국여행은 떠나본 적이 없지만 인생여행을 쉼 없이 떠났지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여러 친척집을 방문하며 그곳의 낯선 문화와 사람을 접했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안정적인 직장에 머무르기보다는 이질적인 삶을 체험하며 자신을 찾아 나섰지요.

하지만 50대 초반인 저는 삶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정체하는 삶보다는 여행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큰 사업체 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하며 아이템을 계발하고 사람과의 관계능력을 높이고 있어요."

언젠가 MBC TV에서 '탐구하라, 꿈꾸라, 발견하라'라는 공익문구를 본적이 있다. 바로 이 말이 삶의 여행이란 두 글자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탐구, 꿈 그리고 발견이란 단어의 이면에서 말로 하기 힘든 고통과 아픔이 있을 것이며 좌절과 절망 또한 함께 따라다녔을 것이다.

그 고통과 좌절을 넘었을 때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픔과 절망을 극복했을 때 또한 큰 산이 마중을 나왔을 것이다. 장자는 "인생의 길은 자신이 직접 걸어가야 만이 완성이 된다"(道行而之成也)”고 말했으며, 임제 선사 또한 삶을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대 자신이 주인이 되라. 어디에 있든 그대 자신이 참이고 진리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고 정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주제넘지만 그들에게 지금의 고통을 잘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구체적인 여행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행선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가 있기 전까지 삶의 곳곳을 누비며 인생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지 않았는가?

이 시간 또 지나가리니 오지 않은 내일과 지나가 버린 어제를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만을 생각하며 고통을 분담하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 여행은 즐거움과 행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과 수고, 좌절 같은 의미들이 담겨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산고의 몸부림 끝에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이다. 그 아픔이 있어야만 옥동자를 만날 수 있다. 거듭 힘내시기를 당부 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