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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에 대한 때늦은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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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에 대한 때늦은 고백
  • 김 완
  • 승인 2021.01.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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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4)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교직에 몸담은 사람들은 평생 동안 숙명처럼 받게 되는 질문이다. 질문의 답을 통해 그가 펼칠 교육의 모습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자는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도 그렇다. 교직 초년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연륜이 더해질수록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교육철학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했으나 그리 신통치 않은 문구들로 늘 오락가락 했다. 교육자로서 제자들을 대할 때 자신이 강조하는 교육 방법을 말하기도 했고, 제자들이 성장해 주기를 기대하는 미래의 인간상을 철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는 늘 망설임이 있었다. 그 망설임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내가 생각해 답하고 있는 것이 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둘째는 그 교육철학이 어떻게 생성되고 정립됐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교육대학교와 사범대학 등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는 필수적으로 교육철학을 강의한다. 교육철학 강좌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매우 단순하다. 강의를 담당하셨던 교수님은 큰 키에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항상 고개를 갸웃한 모습으로 사진속의고대 철학자를 연상케 했다.

강의 시간마다 학생들의 행간을 거닐면서 약간의 비염이 섞인 목소리로 매우 진지하게 “칸트가…”를 외치듯 강의하셨다. 나를 비롯한 몇 몇 학생들은 교육철학을 공부하기 보다는 교수님의 강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빈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는 여타의 대학과 조금은 다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대학들이 전공 학문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반면, 교사 양성대학에서는 학문을 연마하기도 하지만 그 학문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교육학)를 공부한다. 이렇게 양성된 교사들에 대하여 연수원 등 연수기관에서는 학문의 깊이보다는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 연수를 시행한다.

그런 관점에서 교육철학을 생각해 보면, 교육철학 자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 중요하지만 교원들이 어떤 교육철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입직기의 주요 연수 내용-교육철학(교육관, 교사관)’
최근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모든 교원들을 대상으로 생애단계별 연수계획을 구안했다. 교원의 교직생애를 입직기-성장기-발전기-원숙기로 나눠 경력에 따라 적합한 연수를 실시하겠다는 설계다. 그 중 임용에서 5년까지를 일컫는 입직기는 교사 개인의 성공적인 교직 생활은 물론 그 교사가 평생동안 학생들에게 펼칠 교육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의 연수 내용에 교육철학을 정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도교육청에서 계획하고 있는 ‘교직생애단계별연수’도 학교현장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도 교원들의 심오한 교육철학이 바탕이 돼야 그 실효성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년 새해 벽두에, 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새삼스럽게 ‘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내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교육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에서 학생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교육에서 학교는 어떤 공간인가?’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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