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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걷기
  • 김 완
  • 승인 2020.09.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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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의 한장 칼럼(2)

오늘 아침엔 열린 창을 통해 스며들어오는 찬 기운에 슬그머니 엷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렸다. 창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자리에 청명한 하늘과 노릇한 들판이 가득했다. 

가을이구나. 시선을 책장으로 옮기자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책갈피가 고장난 시계 바늘이 되어 페이지를 지키고 있다.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으랴만 우리는 오래전부터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예년 같으면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책으로 옮기기 위한 노력들이 분주할 텐데 올해는 잠잠하다. 방송국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톱뉴스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잠식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2020년은 계절이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새해의 겨울도, 봄도, 여름도 코로나19가 지배해 버렸고, 덤으로 긴 장마와 태풍이 계절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이선이라는 괴물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언가는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활동이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는 누구와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서 선각자의 식견과 삶의 지혜와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수단이다.

독서는 사색이 뒤따라야 한다. 독서를 통해 얻어진 내용은 사색을 통해 새롭게 자신의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계몽주의 선구자인 존 로크는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그것을 자신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라고 했다.

효과적인 사색을 위하여 병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 걷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색과 함께하는 걷기는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고 가벼운 운동을 겸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활동이다. 누군가와 약속을 해야 할 필요도, 복잡한 장비를 구입할 필요도, 일정한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스스로 시간을 할애하면 가능하다. 만약 비바람이나 강한 햇빛이 걱정이라면 실내에서 간단히 요가 매트 한 장에 몸을 싣는 제자리걸음이면 어떤가. 독일의 철학자 칸트로 인해 생겨난 ‘철학자의 산책길’이 사색과 걷기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온 세상을 코로나19가 지배하고 있는 미증유의 계절에 한 권의 책과 사색과 걷기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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