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아내의 주검 앞에서 부르는 노래'  장자(莊子)
상태바
'아내의 주검 앞에서 부르는 노래'  장자(莊子)
  • 강성률
  • 승인 2020.09.02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16)
강성률 광주교대 교수

장자(莊子)의 아내는 결혼한 지 얼마 안돼 죽고 말았다. 그러자 친구인 혜시(송나라 출신의 학자로서 재상까지 지냈던 인물)가 조문을 왔는데, 이때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리고 있었다.

이를 보고 혜시는 “아내가 죽은 마당에 통곡은 못할망정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이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물었다.

이에 장자는 “나도 처음에는 놀라고 슬퍼서 소리내 울었다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소롭기 짝이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그녀는 본래 삶도 없고, 형체도 없고, 그림자조차 없었지 않은가? 그러다가 어느 날 큰 혼돈 속에서 음양의 두 기(氣)가 발동해 형체를 이룸으로써 그녀에게 비로소 삶이 주어졌네. 그리고 이제 삶에서 다시 죽음으로 돌아갔거늘, 이것은 춘하추동의 변화와 똑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아마 내 아내는 지금쯤 천지(天地)라고 하는 한 칸의 큰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걸세. 그런데도 내가 만일 소리를 치고 통곡을 하며 운다면 천지간에 얼마나 어두운 사람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장자는 그의 아내가 죽은 뒤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여러 곳으로 떠돌아 다녔다. 이 무렵 초나라의 위왕이 장자의 명성을 듣고 그를 재상으로 등용하고자 했다. 그래서 천금(千金)의 선물과 함께 대부(大夫:벼슬 이름) 두 사람을 보내 그를 초빙해 오도록 했다. 대부들은 석 달을 헤맨 끝에 장자를 찾았다.

마침 그는 물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장자는 낚싯대를 잡은 채 돌아보지도 않고 “천금이라면 대단한 돈이며 또 재상(宰相)이라고 하면 고관 중의 고관이지요. 그런데 듣자니 초나라 조정에는 죽은 지 삼천 년이나 지난, 신령스런 거북이 있다지요? 왕은 그것을 비단으로 잘 싸서 종묘(宗廟:역대 제왕들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유교 사당)에 모셔두고 길흉을 점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일에 그 거북이 정말로 신령스럽다면 죽어 그 껍질로서 사람의 존경을 받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치며 살겠소?”하고 물었다.

이에 대부가 말하기를 “그야 이를 말입니까? 흙탕물 속에서 자유로이 꼬리를 치며 사는 편이 좋겠지요!”하고 답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자는 “그럼 어서 돌아가시오. 나도 살아서 흙탕물에 꼬리를 젓고 싶은 사람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장자가 죽어갈 때 그의 제자들은 스승의 안장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있었다. 그러자 장자는 “염려하지 마라. 나는 천지를 관으로 삼고, 해와 달을 벗으로 삼으며, 별들을 보석으로 삼고, 만물을 휴대품으로 삼으니 모든 장구는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무엇을 더 좋게 하겠느냐?”고 했다.

이에 제자들이 “선생님! 관이 없으면 까마귀나 독수리 떼들이 뜯을까봐 걱정이 됩니다.”라고 하자 장자는 다시 말하기를 “노천(露天:막힘이 없이 툭 터진 곳, 한 데)에 버리는 것은 까마귀나 독수리 떼에게 뜯어먹도록 주는 것이며, 땅에다 묻는 것은 개미떼나 땅강아지가 먹도록 주는 것이니 이 둘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이것은 마치 이쪽에서 식량을 빼앗아 저쪽에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했다.

장자는 기원전 4세기 후반 중국의 전국시대에 살았던 철학자이자 산문가다. 그에 의하면 만물은 도에서 생겨나고, 다시 도에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진정 도를 깨닫는 사람은 삶은 기뻐하거나 죽음을 싫어하지 않으며, 성공을 과시하거나 실패를 탓하지 않으며, 억지로 일을 꾸미지도 않는다.

또한 그는 이 세상에서 한 쪽의 완성은 다른 쪽의 파멸을 뜻하므로 전체적 질서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만물일체론’을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장자처럼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