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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재학생에게 보내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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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재학생에게 보내는 생각
  • 구신서
  • 승인 2020.08.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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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 ∥목포사회혁신 상임대표

오래 동안 교단에서 수업을 하고 10여년 넘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경험했고 전교조 창립을 비롯한 교육운동, 노동운동의 최 일선에 서있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현 팬데믹 상황에서 의사들의 벌이는 파업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파업은 약자인 노동자에게 자본에 대응할 최소한의 무기를 준 것일 텐데 이 사회의 기득권층의 최상위 집단이 약자의 무기인 파업마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휘두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현 의대생이나 인턴, 레지던트는 고3 학생 때 거의 모두가 자기소개서를 쓰고, 거기에 의대 진학 동기를 썼다.교사추천서를 받고, 학교장 추천(서)으로 의과대 진학에 응시한 학생이 대부분이었기에 각자의 자기소개서에 쓴 의대 진학 동기를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고3 담임들은 의대 진학 학생들의 제출서류를 공동으로 점검하고 첨삭하기도 하면서 한명이라도 더 의대에 보내려 애를 쓴다. 자기 소개서에서 학생들 거의 모두가 “낮은 곳에서 어려운 환자와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의사로서 소명을 다 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공적 봉사자로서의 의지와 포부를 밝혔다.

돈을 더 많이 벌어 부유한 삶. 남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위해 의사가 되려고 한다고 자기소개서에 썼던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사들은 담임여부를 떠나서 한 학생이 의대를 진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살면서 훌륭한 의사가 되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을 잊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국민들의 ‘덕분에 챌린지’
지금, 국민 모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애를 쓰는 모든 의료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을 보면서 고마움과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의료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국민들의 정서적 상황에서도 ‘의료인 증원과 공공의대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혹, 팬데믹 상황에서 확보된 지지를 바탕으로, 파업이라는 노동자의 무기를 차입해, 우리 사회의 최상위 기득권을 힘으로 확보하려는 투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금 내걸고 있는 투쟁의 내용이 나라를 위한일인지, 국민을 위한 일인지, 이 땅의 정의를 위한 일인지, 배고픔을 호소하는 일인지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각종 검사실과 연구실 소속 인원, 방역관계자, 응급구조대, 소방관, 경찰, 폐기물 처리 관련자, 보건 행정인력, 지자체 공무원, 그 외에도 코로나19 대응에 혼신을 다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덕분에 챌린지’로 국민들은 응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거꾸로 챌린지’ 같은 일베 아류의 형태를 하면서 국가의사면허시험을 거부하는 것을 보는 국민은 불편하다.  

환자 옆의 의사가 가장 빛난다
교사가 제자를 외면하면 안 되듯이 의사가 환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의료인 증원과 공공의대 건립 반대만 있고 정책대안은 없다. 의대가 없는 유일한 지자체 전남, 전남도민은 더구나 이해하기 어렵다. 전남에 산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의료혜택에서 소외를 받아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단 한사람도 소외됨 없이 고루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는 길을 제시하기 바란다. 부모뿐만 아니라 교사, 학교, 지역사회의 축하 속에 의대에 진학해 현재 재학한 제자들이 투쟁의 일환으로 의사국가시험 접수 취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 공백상황을 연출하는 투쟁의 무기로 의사 자격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투쟁의 수단으로 응시의 기회를 포기한 자들에게 재 응시를 비롯한 어떠한 형태의 구제책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청원이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의대 재학생들의 생각대로 추후 구제, 혹은 특별 재 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갖게 된다면 국가 방역의 절제절명의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 전공의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자로 이 사회에 나오게 것에 대한 반대의 적극적 의사표현이다.

대학입학서류의 하나인 자기소개서는 자기 양심의 고백이 아닌 합격하기 위한 허위고백인 셈이다. 그것을 온 맘을 다해 도와준 교사는 공범의 위치에 선 것이다. 

의료정책에 대한 비전문가인 나의 생각
현 정부의 의료정책이나 그동안 누적된 의료정책에 대해 의료인들의 불만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갖는 몇 가지의 생각이 존재한다. 

첫째, 의사수의 증대에 대한 것이다. OECD국가 중 한국의 임상의사수는 1000명당 2.2명으로 꼴찌다. 여기에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경우가 많은 한의사도 포함된 수다. 오스트리아 5.1명, 독일 4.1명, 미국2.6명, 일본2.4명 등이고 OECD평균은 3.3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현재는 1천800명이 부족하고 10년 후인 2030년에는 7천600명이 OECD평균에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적 판단여부를 차치하고라도 팬데믹 상황을 겪고 있는 국민은 당연히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둘째, 대도시와 지방간 의료서비스의 차이의 극복의 문제다. 전남과 같이 중소도시, 농촌,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의 의료서비스는 오히려 우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외돼 왔다. 질 좋은 대도시 의료서비스를 받기위해 광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가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신안 섬에서 화순 전대병원으로 가는 대중교통의 길은 온종일 걸린다. 산부인과가 하나도 없어서 아이를 낳는 엄마의 불안은 크기만 하고 농어촌 정주를 희망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인기 과에 대한 지원 없이 의료시장에만 맡기면 소외지역의 삶과 건강의 질은 담보하기 어렵다.  

셋째, 복지사회로 가는 핵심은 의료서비스의 확대다. 의료는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국민들의 저렴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인 의료보험제도를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하고 추진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전 지구를 엄습하면서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다른 나라의 국민들의 부러움이 컸다. 응급, 재난, 질병 등 새롭게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제반 상황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혹은 유지하기 위하여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늘리는 것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동의하리라 본다. 

의대 재학 중인 제자들에게  
어쩌면 의대에 진학하는 자체가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3까지 12년 간의 외롭고 힘든 학습노동에 가장 긴 시간과 노력, 부모의 돈을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에 진학을 해 예과2년, 본과4년 총6년의 대학과정을 마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인턴1년, 레지던트4년, 전문 의사시험까지 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인고의 시간이다. 생명을 다루는 엄격하고 엄밀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고소득 전문직으로 바로 위치 지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남자의 경우는 군의관 근무까지 마치고 나서야 개인병원을 개업하든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취직할 수 있다. 

불혹의 나이인 40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길을 여는 듯하다. 지금의 나 같은 나이에서 보면 솔직히 부러워 보이진 않는 힘든 삶이다. 그 긴 길을 걷는 의대생들에게 먼저 위로를 드리면서도 혹, 지금 의사단체 지도부의 문제나 투쟁방향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를 해주기를 요청한다.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선배들의 투쟁에 맹목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거부하고 무엇이 다수를 위하고 미래를 위함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도주의적 실천 의사로서 지금과 미래세대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품은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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