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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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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 윤영훈
  • 승인 2020.08.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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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시인·교육칼럼니스트

매년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섬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섬의 날은 2018년 3월 '도서개발촉진법' 법률 개정에 의해서 섬 주민이 살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섬 관광 활성화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세계 최초로 제정됐다.

이 법이 2018년 9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난 2020년 8월 8일이 두 번째 기념일이다. ‘8’(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를 뜻하므로, 8월 8일은 섬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며, 현재 3,300여 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과 일본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보듯이 영토로서의 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한국 땅이 분명한 데도 일본은 계속해서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독도의 섬이 군사적·경제적·생태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섬의 가치를 제고하며, 드론 택배나 원격 진료 등을 통해 섬 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test bed)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자원은 바다다. 이러한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 섬이므로, 섬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갯벌과 해변이 있는 바다와 푸른 산과 마을이 어우러져 있는 섬은 생태와 관광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해마다 아름다운 섬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혼잡한 여행지보다는 여유롭고 안전한 섬이 맞춤형 비대면 여행지로 제 격이기 때문이다. 

현대 산업 사회 이후 도시는 날로 사람들로 북적이고, 높아지는 건물들이 시야를 가리고 바람길을 막고 있다.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하여 확 트인 곳으로 가고 싶을 때, 섬은 위안이 되고 새로운 삶의 충전의 공간으로서 다가온다. 필자가 천사의 섬인 신안에서 살며, 교육 현장에서 지은 동시 한 편을 소개하겠다. 

짙푸른 바닷속/ 우뚝 솟은 섬.// 바람의 간지럼에도/ 꿈틀거리지 않고// 파도의 심술에도 성깔 부리지 않고// 이리저리 다니던 배가/ 지쳐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주고// 저녁이면 돌아온 갈매기가/ 가슴을 헤집으면/ 말없이 안아주고// 넘실넘실 흐르는 사랑으로/ 모두에게/ 평화를 주고 있다.                                                 
                                                                     -윤영훈, ’섬‘

누구라도 드넓은 가슴으로 안아주는 섬이기에, 아직도 사랑이 넘치는 섬을 노래하고 있다. 속도와 결과만을 중시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공간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섬이기에, 지금도 그리움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섬’이란 시도 잠시 감상해 보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시행이 짧고 압축적이어서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은 시다. 이 시에서 ‘섬’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이어주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공간이다. 섬은 외롭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섬은 자기의 섬에 갇혀 있을 때 외롭지만, 자신을 탈출해 섬과 섬을 이어 서로 소통하면 행복의 공간으로 변한다. 

사각의 틀에서 긴장된 일상생활을 보내는 현대인에게는 이름도 모를 수많은 섬들이 한없이 부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이얀 백사장을 마음껏 달리거나, 바다 너머로 지는 고운 노을을 조용히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섬,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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