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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미래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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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미래와 교육
  • 하태석
  • 승인 2020.07.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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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석∥지명중학교 교장

1347년 흑해 북쪽 크림반도(그때는 오스만제국)의 카파성은 몽골의 킵차크한국(징기스칸 장남이 세운 나라)과 전투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성안으로 자루에 담긴 시체들이 투석기에 실려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체와 접촉한 성내의 사람들이 대규모로 죽어갔습니다. 이것이 최초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흑사병입니다.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6년간 2,500만 명이 죽었습니다. 그 후 18세기까지 100여 차례의 유행으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7,500만 명이 죽었습니다. 14C 영국은 인구의 절반이 죽었고, 이로 인해 중세 봉건제가 무너지고, 병을 낫게 해달라고 모여 기도하는게 전부였던 정신적 기반인 기독교의 위세가 꺾여서 르네상스를 맞아 시민계급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등 사회의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더 옛날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은 역병(장티푸스), 로마제국은 선페스트,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의해 멸망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마야문명과 잉카문명 역시 몇 안 되는 유럽의 군대와의 전투가 아니고 그들이 가지고 간 천연두에 의해 주민의 절반 이상이 죽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1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그림1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국가적으로 대비를 잘한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경제활동과 국가와 사회체제에 많은 영향을 주어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가 추락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는 등교를 못하고 재택 온라인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느낌은 학생마다 달랐겠지만 큰 문제 없이 운영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 소통하며 하는 수업에 비하면 답답했을 것입니다. 사람이 대화할 때 말, 손짓과 몸짓, 표정 등 다양한 요소로 의사전달을 합니다.

그중 말로 전하는 비율은 7-15%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목소리, 표정, 몸짓에 의한 느낌으로 전달합니다. 직접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수업은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도 평소 가기 싫어했던 학교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사이버로 서로 소통하는 게 답답한 것입니다. 이런 인간의 특성을 생각하면 학교는 미래사회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융합하고 학습 도우미로 AI도 함게하는 교실로 바뀔 것입니다. 인간은 아직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격려, 협력하면서 공동체로 살아가게 진화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대 확산은 학교뿐 아니라 직장의 재택근무, 온라인뱅킹, 택배 등 업무를 보는 방법 등에서 급격하게 디지털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AI(인공지능), 데이터 과학(빅데이터), 로봇(자율자동차 포함) 중심산업이 발전하는 상황이었는데 불에 기름 부은 듯 더욱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600만불의 사나이, 로보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이면서 기계장치를 몸에 삽입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이보그(뇌 이외의 부분을 교체한 개조인간])라 할 수 있습니다. 인공심장이나 인공관절을 한사람, 수술해 보청기를 귀속에 넣어 듣는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로 분류하고 앞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될 것입니다. 시력이 안 좋아 안경을 썼는데 안경 증강현실(AR) 화면이 나타나 정보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교수는 인류(사피엔스)는 멸망하고 사이보그의 세상이 온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순수한 인류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언어는 동시 통역되어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고, VR(가상현실)로 간접 체험(여행)하며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세상이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림 트롤리의 역설] 자율주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림 트롤리의 역설] 자율주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

트롤리의 역설(왼쪽사진)처럼 자율주행차의 선택이 어때야 하는지 아직 고민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빠른 변화에 우리가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발명된 후 인간이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바둑도 컴퓨터와 대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수학 계산도 당연히 컴퓨터가 빠르지요. 앞으로 단순노동과 몇 가지 분야는 로봇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어지간한 전문직종도 AI(인공지능)가 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또, 우리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급격히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능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매력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데이트하려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빠르고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SNS만으로 데이트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의 장점을 살려 강점을 강화해야 하며, 교육도 그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 우리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 잘 배우는 능력이 가장 중요할 듯합니다. 평생 직업이 몇 번은 바뀌어야 할 테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힘이 센 것도, 빠른 것도 계산을 빠르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협력(Collaboration)과 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s),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자신감(Confidence)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요즘 방송이나 유튜브가 넘쳐나는 정보를 모두 믿어야 할까요? 가짜뉴스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잘못 믿으면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알짜정보만 받아들이려면 콘텐츠도 중요하고, 서로 소통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활용하여 진짜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이처럼 미래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능력) 6가지가 있습니다. 영어 약자로 6C [협력(Collaboration), 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s),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자신감(Confidence)] 라고 합니다.

우리 지명중학교를 비롯한 작은 학교들은 대부분 위의 6C를 중요한 교육 목표로 삼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민주적 학생회가 멋진 공간을 꾸며 보금자리 삼아 활발한 자치활동을 하는 것은 소통과 협력역량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생회 임원과 학급대표들이 스스로 협의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소통과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회복적 생활교육 역시 소통과 협력능력과 감성을 키우는 활동이고, 학생들 스스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은 자기 주도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친구들은 협의와 소통으로 미래의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고 수행한 결과를 공유하는 일은 위의 6가지 능력을 모두 가질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특색사업으로 ‘독서‧토론‧글쓰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와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자연과 친구들의 맘을 느끼고 감성과 공감을 기르는 것입니다. 시집을 읽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시를 지어 책으로 만드는 경험은 얼마나 짜릿하고 멋진 경험인가요?

하교 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학교 활동보다 학원숙제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선행학습과 예습은 다릅니다. 문제 유형과 반복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아직 배우지 않은 부분을 기계적으로 미리 익히는 것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치는 독약과 같습니다. 학원에서는 복습만 하기를 권합니다. 자기 스스로 학원도 다니며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위의 여러 능력 중에서 어떤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위의 6C는 개인과 집단공동체의 역량입니다. ‘이 역량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신과 집단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개발하고 끌어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 공동의 가치를 향해 실행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6살 스웨덴 소녀 그래타 툰베리(GRETA THUNGERG, 사진)를 보면 ‘아하’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툰베리 개인이 처음부터 특별한 소질과 능력이 있어서 갑자기 세계적인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의 가족과 학교와 스웨덴 교육의 기본방향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었고, 또한 지금 우리 사회의 기후변화 필요성이 그를 스타급으로 알려지게 했습니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나 자신이 이끄는 작은 공동체가 지역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하나씩 실천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학급이나 우리 마을부터 우리나라,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일을 한가지씩 실천해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착한 소비를 하는 것, 플라스틱을 줄이고 나무 한 그루 심는 것, 기부나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지구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시작해 볼까요? 나는 쉬는 날 집에서 원고를 쓰거나 책을 읽어야 할 때 동네 카페에 갑니다. 집에 있으면 침대에 눕거나 습관적으로 TV를 보면서 할 일을 계속 미루기 때문입니다.

온라인개학으로 집에서 공부한 여러분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눕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고, 놀고 싶은 자신을 다독여 수업에 참여하고, 시간표에 맞춰 책을 읽고 공부한 여러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염병에서 출발해 미래사회의 변화,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 그리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봤습니다. 작은 학교들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다 의미가 있는 활동들이고 열심히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생충 영화의 대사처럼 ‘학교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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