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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폭력, 이젠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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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폭력, 이젠 근절돼야 한다
  • 윤영훈
  • 승인 2020.07.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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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시인·교육칼럼니스트

인간에게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생명이다. 국가의 역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다. 2020년 6월 26일 한국의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선수였던 경주시청 최숙현 선수는 그동안 수차례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최숙현 선수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실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 국민이 이 사실에 슬퍼하며 분노하고 있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향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처절한 메시지를 남긴 채 이 세상을 떠나갔다.

최숙현의 아버지와 딸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김 모 감독 등에게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억지로 빵을 먹이고 토하게 하는 등 가혹 행위와 상습적인 폭언·폭행에 시달렸다고 3개월 전부터 여러 기관에 호소했다. 경주시청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대한철인3종협회, 경주경찰서와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어떤 기관도 올림픽 꿈나무인 스물두 살 선수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이번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의 책임과 문제점은 어디에 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는 오로지 무조건적인 메달사냥에만 매달리어 폭력을 방관해 온 ‘체육계 카르텔’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겠다. 

스포츠계 폭력은 수시로 발생되고 있다. 지난 해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도 조재범 코치의 폭행과 성폭력을 폭로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근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가혹행위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체대 핸드볼팀 폭력사건도 경찰 신고로 드러났다. 현장 관리자와 상위 감독기관은 ‘폭력은 선수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당연한 행위’라고 여기고 있는지는 않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과 인권침해는 체벌을 통해서라도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성적 만능주의와 인맥과 학연으로 연결되어 서로 봐주기식 잘못된 관행이 작용한 결과다. 비리 고발이 있어도 가해자들이 별 처벌 없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악순환도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스포츠인권헌장에는 ‘전근대적인 인권 침해가 없는 스포츠, 누구나 즐겁게 참여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스포츠, 신체활동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증진시킬 수 있는 스포츠, 이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스포츠임을 선언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제18조에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는 방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성적지상주의에 의해 청년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늘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대 스포츠는 인간 자신이 참여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상업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그저 박수치거나 환호하는 대리만족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자본이 지배하고 승리지상주의가 판치는 체육계에서 최숙현 선수는 스포츠의 희생물이 되지 않았는지도 반성해야 한다.

원래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에 있다’라는 올림픽의 핵심 이상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겠다. 앞으로 폭력과 인권침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라면 인권은 유보될 수 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용인되는 국가주의·엘리트 중심의 체육 정책은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체육계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되며 정부에서는 다시는 소중한 청년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더 좋은 정책을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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