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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기관인가, 돌봄기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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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기관인가, 돌봄기관인가?"
  • 김동환
  • 승인 2020.06.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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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동복초 교감

매년 국가사업이나 정책에 대한 대국민 만족도조사를 보면 항상 1, 2위를 다투는 사업이 예방접종과 돌봄교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 돌봄교실은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매력적인 정책이다.

학교가 방역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이때 갑자기 권칠승 의원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관련 공문이 왔다. 예전에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공문은 대강 보았는데 이제는 어느 당 소속 의원인지 확인해서 꼼꼼히 살펴보려고 한다.

잠시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들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을 읽다보니 돌봄 계획을 교육부장관이 세운다는 부분이 영 내키지 않는다. 학교에 방과후학교에 이어 돌봄교실이 들어오면서 업무가 점점 많아졌고, 그래서 교육과 돌봄을 구별하여 학교는 본래의 교육과정만을 운영하고, 방과후학교와 돌봄은 학교 밖으로 나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다.

그런데 내가 이 법안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법안대로 하면 돌봄이 오히려 학교 안에 견고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사회에서 이게 도대체 교육기관인지 돌봄기관인지 헷갈리는 곳이 있다. 유치원과 비슷하게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그렇다. 어린이집은 분명 법적으로 보육기관이고, 어린이집의 주무 부처는 보건복지부이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에 ‘보육이란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어린이집 및 가정양육 지원에 관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말한다’고 하여 교육을 제공하는 일에 대해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

반면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서 교육부가 주무 부처이기에 교육에 만전을 기한다. 내가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서 주무 부처에 민감한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교육부가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가 도와주는 돌봄은 도대체 교육인지 보육의 개념인지 모르겠다.

이런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을 보면 이제는 미래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 과연 학교는 교육기관인가? 돌봄기관인가? 아니면 교육과 돌봄의 기능은 나눌 수 없는 것인가를 말이다. 오늘날과 같은 융복합 시대에 교육과 보육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학교는 분명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고 학생들이 가정에 머물면서 우리는 학교의 또 다른 진정한 역할을 깨달은 것 같다. 학교를 못 가게 되자 표면적으로야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내면적으로 들어가면 당장 날마다 점심을 먹여야 하고, 안전하게 아이들을 맡아서 돌보아 주는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했다.

그동안은 학교가 있었기에 마음 편하게 부모들이 나가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학교의 돌봄기관으로서 소중했던 역할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법을 만들기 전에 학교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어떤 법안은 국민적인 관심 속에 수많은 논의를 거치는데, 반면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발의된 법안들도 일단 채택되면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놓는다.

특히 앞으로의 국회에서는 많은 법안들이 빠르게 처리될 것이 예상되기에 우리 교육공동체가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교육관련 법안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자고 이런 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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