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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태어난 아이 노자(老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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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태어난 아이 노자(老子)(1)
  • 강성률
  • 승인 2020.06.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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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 ⑫

기원 전 604년 9월 14일, 중국 초나라 고현의 여향 곡인리에 한 여인이 오얏나무(자두나무라고도 불림)에 기대어 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 아이의 어머니는 떨어지는 별을 찬양해 노래한 뒤 62년 동안을 임신해 있었고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머리칼은 벌써 하얀 눈처럼 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노자(老子)라 불렀다. 노(老)는 늙었다는 뜻이고 자(子)는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존칭어다. 노자는 주나라에서 왕실의 책 목록을 기록하는 수장실사(守藏室史-도서관의 사서 격)로서 40여 년간 있었다고 한다.

이 무렵 공자의 방문을 받았는데, 공자는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노자는 “군자는 때를 만나면 나아가서 벼슬을 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뒤로 물러나 숨어야 하는 것이오. 내 일찍이 듣기를 ‘훌륭한 장사꾼은 귀중품을 감춰놓은 채 아무것도 없는 듯이 행동하고, 완전한 덕성을 갖춘 사람은 겉으로는 다만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하였소. 그러니 그대는 몸에 지니고 있는 그 교만과 욕심과 위선 따위를 다 버리시오.”

백발이 성성한 노자가 볼 때, 공자는 아직도 혈기가 왕성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공자에게 따끔한 충고를 가한 노자는 스스로 재능을 숨겨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썼다. 그러나 주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그곳을 떠나기 위해 함곡관(중국의 북서쪽으로 통하는 관문)에 이르렀을 때, 국경을 수비하던 관리 윤희라는 사람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그리고 윤희가 권하는 대로, 대나무로 엮어 만든 죽간(竹間)에 오천 자의 글을 써 주었으니 이것이 바로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철학을 담은, 그 유명한 '도덕경'이다. 이렇게 본다면 윤희라는 사람이야말로 거의 노자와 맞먹을 정도로 큰 공헌을 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가 노자에게 글을 쓰도록 종용하지 않았던들 오늘 우리는 가장 값진 한 권의 책을 잃어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슈테리키는 “세계에 단 세 권의 책만 남기고 불태워 버린다면 '도덕경'이 그 세 권 가운데 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자는 백 육십 세 또는 이백 세를 살았다고도 전해지는데 그 최후를 아는 사람은 없다.

보통 노자의 학설과 이에 관련된 철학적 방향을 도가(道家)라고 부른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는 도가와 도교(道敎)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먼저 도가란 우리 인간이 자연의 명령에 따르며 욕심 없이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자 및 장자의 철학 사상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도교란 “모든 인간은 자연대로 그냥 놔둘 경우 반드시 죽게끔 돼있기 때문에 자연에 거슬려 우리의 운명을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종교적 입장을 말한다. 요컨대, 도교는 불로장생의 신선(神仙 모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있고 늙지도 않는다고 하는 상상 속의 사람)이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으며 이를 위해 그들은 약을 먹도록 조장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심지어 당나라 태종은 금단(金丹-오래 살면서 죽지 않게 만든다고 하는 신비한 약)을 잘못 먹어 죽기까지 했다. 노자는 유가에서 내세운 명분주의와 인위적인 조작에 반대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처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유가의 인위적인 도덕이 끼치는 폐단과 인간의 위선을 고발함으로써 보다 근원적인 진리에로 나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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