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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가장 하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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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가장 하고 싶은 일'
  • 김재흥
  • 승인 2020.06.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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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신안교육장

설레임은 기다림이 무르익어가면서 발효되는 엔돌핀 제조 과정이다. 과거와 현재가 자양분이 되어 내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리즘이며, 신선한 껍질 깨기이다. 또한 그것은 낯선 땅으로 떠나려는 여행자의 즐거운 아침처럼 가슴 벅찬 희열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이 이런 설레임으로 가득찬 연속선상에 놓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리라.

설상가상으로 학생들이 단계적으로 개학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한 지난 시간은 혹독한 겨울이었고, 지독한 몸부림의 시간들이었다. 그간 학생들에겐사상 초유의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됐다. 학생들은 가정에서 몸이 근질거렸으며 봄을 봄답게 맞이하지 못했다.

비로소 2020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담임과 함께 각자의 희망을 조립하며 설레임으로 농익은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미완의 꿈을 다시 세우며 묵은 생각은 새로운 다짐의 대열 앞에서 과감히 날려버리는 용기도 필요할 때다.

교정의 여기저기에서는 올망졸망한 꽃물결 대신에 초록의 잎새가 녹음을 이룬 채 설레임과 기다림이 도처에 즐비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더 이상의 등교 중지가 없기를 기원하며 정상적인 본래의 학교 생활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녀들이 원하니까 그대로 해 주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녀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흡수돼 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자녀의 장래를 설계할 때 부모는 자녀의 학습과 성격에 대한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해 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 자녀의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는 의미있는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다.

초등학생일수록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은 가변성이 많으며 상급학교에 가서도 변형이 쉬울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일’은 성장해 감에 따라서 자라는 환경의 성향에 의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성장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체험은 시키되 장래 문제와 연관 짓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흔히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조사해 보면 의외로 대중적인 것들이 많다. 가수, 운동선수, 컴퓨터 프로그래머, 개그맨, 교사, 미용사, 화가, 기술자, 바리스타, 음악가 등등 주로 대중 매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들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고정된 판단과 시선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급학년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옅어지면서 세분화되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신적 세계와 함께 터널 시야에서 주변 시야로의 공간 확장이 필요하다.

성급한 미래학자들은 2030년 전후까지 현재 직업의 80%가 사라진다고 외친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야 할 2030년대 이후의 시대를 누리기 위해 어떤 일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이 저절로 생산되는 대목이다. 자녀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대로 장래 꿈이 실현되고 직업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꽃밭에 여러 종류의 꽃이 있고, 산속에 여러 종의 나무가 있듯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다양한 재능과 소질이 숨겨져 있다. 이것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인 것이다. 처칠 수상의 꿈은 어렸을 적에 정치가였다. 그러나 그는 육사를 졸업한 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글 쓰는 일임을 알고 글 쓰는데 온 힘을 바쳤다. 그리하여 장교 임관 후 신문 기사 쓰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가 일찍이 정치가의 길을 걸었더라면, 그의 성격상 건방지고 허풍 가득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서바스(국제 여행자 네트워크), 이스라엘의 키브츠 등 당장 국외로 시선을 돌리지 못할지언정 학생들의 경험과 시선을 확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에 따라서 자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장려하는 일은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자녀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신명나게 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이는 성공적인 자녀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녀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재능과 소질을 잘 파악해 자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계발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전환해 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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