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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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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2)
  • 강성률
  • 승인 2020.03.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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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 ⑤

소크라테스의 나이 마흔 살 무렵에 그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이레폰이 델포이신전에 가서 아폴로 신에게 물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때 신전의 무녀는 “소포클레스(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가운데 한 사람)는 현명하다. 유리피데스(3대 비극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마지막 인물)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대답했다.

이 내용 가운데 델포이신전은 그리스의 종교적 중심지로서 수도인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70km 떨어진 곳에 있는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셔진 아폴론 신은 제우스의 아들로 빛의 신, 진리의 신, 태양의 신이라고도 불렸으며 특히 탁월한 예언능력을 발휘했고 알려져 있었다.

신탁은 신전 안의 지성소안에서 이뤄졌는데, 보통 쉰 살이 넘은 무녀가 광기 어린 환각상태에서 신의 소리를 전했기 때문에 뜻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 남자승려의 해석을 들어야 했다. 물론 신탁(神託)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으나 사람들은 이 신탁을 잘 믿었다고 전해진다.

어떻든 카이레폰은 이 신탁을 듣고 대단히 기뻐서 즉시 소크라테스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도리어 크게 놀랐다. 그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신탁을 확인하려고 자타가 현명하다고 공인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참된 지혜를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것처럼 자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스스로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평소에 신전의 비명(碑銘)인 gnothi seauton(너를 알라)을 외고 다녔던 소크라테스야말로 그들보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더 알고 있었고, 바로 이것이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현명한 아테네인으로 신탁이 내려진 이유였다.

현자로 자처한 사람들의 입장을 ‘무지의 무지’라고 한다면 소크라테스에 대해서는 ‘무지의 지(無知의 知)’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떻든 ‘너 자신을 알라’고 하는 유명한 교훈은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까지 전해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너를 알다’는 평어체로 신이 인간에게 ‘너희들의 한계를 깨달아 감히 신의 권위에 도전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라’고 하는 신학적 의미로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에 의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의미로 바뀌어졌던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사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진정한 현자다.

그리고 모든 진리는 무지를 자각하는 사람에게서만 파악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람만이 지혜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하여 끊임없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결국 이러한 애지자(愛智者)만이 스스로의 영혼을 잘 가꾸어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교훈이 무조건 겸손함만을 강조하는 것은 또 아니다.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촉구하는 말일 수도 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하는 경구를 통해 아테네 시민에게 스스로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도덕의식을 고취하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물론 신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으며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자각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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