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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를 가진 못 생긴 철학자 '소크라테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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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를 가진 못 생긴 철학자 '소크라테스'(1)
  • 강성률
  • 승인 2020.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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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 ④

크고 둥근 얼굴에 벗어진 이마, 개구리처럼 툭 불거진 눈, 주저앉아 뭉툭해진 코, 두툼한 입술, 땅딸막한 키, 불거진 배, 그리고 오리걸음같이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여기에 몹시 거친 피부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추남인 사나이, 과연 그가 누구일까?

바로 세계 4대 성인 가운데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의 못생긴 외모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장안의 화제였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놀려도 그는 밝고 건강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용모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우스갯소리를 즐기기까지 했다. 자기 눈은 사방을 잘 볼 수 있도록 툭 튀어 나왔으며 길고 똑바른 코보다 뭉툭한 코가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자랑하여 주변을 웃기기까지 할 정도였다.

반면에 그의 신체는 무척 건강한 편이어서 추위나 더위에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했고 밤새워 술을 마시고도 끄떡없었다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회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대담성도 함께 갖춰 세 번의 전쟁에 참가해 용맹을 떨쳤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수도인 아테네에서 조각가인 아버지와 산파(産婆)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직업이나 가족을 등한히 한 채, 후진양성에만 전념했다. 비록 가난해 누추한 옷차림이었으나 그의 뒤에는 항상 많은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무보수로 이들을 가르쳤고 기껏해야 저녁 한 끼로 만족했다. 이와 관련해 아내 크산티페가 그를 비난한 일은 하나의 전설이 됐다. 그녀는 남편이 철학자라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다.

집에서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남편을 못살게 굴었다. 그녀는 심지어 남편을 뒤쫓아가 시장 한복판에서 옷을 마구 잡아당겨 찢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가 남편을 들볶아댐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있었으니 크산티페가 못살게 굴면 굴수록 소크라테스는 불화가 끊이지 않는 집을 나와 서둘러서 그의 철학적 담화로 빠져들었고 이리하여 소크라테스는 비로소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었다.

만일 그가 서재에만 파묻혀 지냈더라면 결코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어느 날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결혼하는 것이 좋습니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까?”

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결혼하게. 온순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사나운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테니!”

철학자들 가운데에는 현모양처의 이름에 걸맞은 아내를 가진 경우도 있고, 소크라테스처럼 악처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내를 둔 경우도 있다. 부유한 철학자도 있고, 가난한 철학자도 있다. 좋은 집안 출신도 있고 비천한 가정 출신도 있다. 공자나 토정 이지함, 마르크스, 야스퍼스처럼 외모가 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크라테스와 키르케고르, 칸트(16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에 왜소한 체격, 기형적인 가슴을 가진 허약한 체질이었음)와 사르트르(작은 키에 사팔뜨기) 등과 같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신언서판(身言書判 몸과 외모, 말씨, 글씨체, 판단력 등)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볼 때 먼저 외모를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는 결코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미인의 아내를 두었느냐 추녀인 아내와 함께 사느냐 하는 것도 별반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출세했느냐 하지 못했느냐 하는 것도 사실 가치척도가 되지는 못할 터.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가치를 매김 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광주교대 교수·철학박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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