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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4H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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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4H 운동
  • 김재흥
  • 승인 2020.02.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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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신안교육장

4B 연필은 미술 시간에 바탕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했던 연필이다. 연필심이 무르고 잘 부러져 글씨 쓰기엔 부적절했으나, 끝이 굵고 뭉툭해 밑그림을 그리기에는 매우 유용했다.

자국이 진하게 남지 않아 도화지의 잘못 그려진 부분을 지우기도 수월했다. 수채화를 그리기 전에 혹은 데생용의 밑그림용 연필로 사랑을 받았던 연필로 초등학생 시절에 한 자루를 사면 6년 이상을 충분히 쓸 수 있었으니 미술 시간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미술 도구였던 셈이다.

그 4B 연필의 4B가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4B(비·非)운동이 기억 속에 묻혀진 4B를 깨우고 있는 것이다.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등 네 가지를 거부하는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이를 4B운동이라고 한단다.

그들은 4B운동을 각종 블러그나 유튜브를 통해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점차 세력화 하고 있다고 한다.  20대 여대생 사이에서는 이미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세상이다.

참고로 어떤 결혼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결혼을 꼭 하겠다는 여성은 10명 중 1명, 연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20대 여성은 10명 중 4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통계의 밑바탕에는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 문화가 한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된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데이트 관련 언행이나 폭력은 얼마나 심했는가.

여성의 의견보다는 남성 중심의 일방적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결과 여성들이 회피 위주로 흐르지 않았을까. 불법 촬영, 가정 폭력, 가부장적 문화, 육아 문제, 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 미투 운동 등 그간 우리 남성들이 알게 모르게 저지른 여성에 대한 폭거는 드러난 것보다 숨겨진 사실들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는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소극적인 방어 자세를 보여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부대와는 또 다른 약자의 개념에서 연약한 20대 여성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는 현상과 여성을 놀이개감으로 인식하는 사회 현실에서 여성들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여성들은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두려움과 회피 대상일지언정 결코 연애나 성관계의 파트너로 인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은 가운데 더러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취미 생활을 하고, 모임을 가지며 서로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4B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분위기에 더해 이런 비현실적인 운동이 여성을 중심으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운명은 앞으로 어찌 될 것인지 위험천만한 사회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들의 대답을 듣고 싶다.

지난 20여 년간 정부는 출산 정책으로 120조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산 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고 본다. 작년에 인구 4만여 명의 어느 군에서는 출생자가 겨우 26명이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교의 장래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운명이 머지않아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신세로 전락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 많은 예산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 버렸는지 지자체의 쌈짓돈으로 사용되지나 않았는지 심히 유감스럽다. 출산율이 1명 이하로 곤두박질해 이제는 인구 모형도가 피라미드가 아닌 기형적인 역삼각형 구조에서 변형된 우산 구조가 된지 오래다.

직장과 자기 계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여성들은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에서는 출산을 위한 정책으로 신생아 가정에 겨우 몇 백만원의 보상금으로 유인하려고 하는 것이 전부다. 지자체별로 결혼과 출산의 중심에 있는 2•30대 도시 여성의 생각을 바꾸도록 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결혼과 주택 장만, 출산과 자녀 양육, 시댁과 직장 생활 등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은 매우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전통의 가부장적 제도 위에서 가사 노동과 명절 맞이 등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것을 봐온 젊은 2•30대 여성들은 해방을 노래하며 적어도 나는 우리의 어머니나 언니같은 희생은 감당할 수 없다고 절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문제를 고쳐나가야 하는 수정주의가 아니라 회피를 통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찾아가기 위해 사회적 반발 운동의 새로운 세력으로 집단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세종대왕은 출산한 여성에게 100일간의 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훌륭한 선대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지금 우리에게는 상처와 희생적인 낭비만 존재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여성의 결혼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는 회사의 근무 규정도 손질해야 하고, 출산의 복지 정책은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유럽의 어느 나라는 우리 돈으로 4천만원 정도의 생활 자금을 융자해 준 뒤 자녀 출산에 따라 환수금을 탕감해주는데 3명을 낳으면 제로가 된다고 한다.

신혼부부가 주택 구입에 애를 먹지 않도록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임대 주택을 최저가에 최저 금리로 공급하며, 출산에서 대학까지 양육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시군 지자체는 엄청난 예산을 선거용 선심쓰기에 낭비하지 말고 신혼부부 맺어 주기와 보금자리 만들어 주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내 거플을 만드는 분위기도 더 조장하고, 신혼부부에게는 신혼 수당을 지급하며, 혼자 사는 20, 30대 젊은 사람들에게는 독신세를 내도록 세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신혼 부부에게는 세금을 더 탕감하고 각종의 편리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인구 정책 등 국가가 총체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결혼하는 사람들이 우대받고 자녀를 출산하는 여성이 대접받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할 때이다. 4B운동을 잠재우고 연애Ha고, 섹스Ha며, 결혼Ha고 출산Ha는 진정한 4H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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