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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 소장 “시각장애 극복, 박사학위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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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 소장 “시각장애 극복, 박사학위 취득"
  • 이명화 기자
  • 승인 2020.02.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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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망막색소변색증 발병 ‘집중시력’ 상실 '교통사고 계기로 공부의지 다잡고 사회복지 전공'
“박사과정 입학 허용한 곳, 조선대학교가 유일, 장애학생 지원하는 장애학생지원자 배치 도움”

[호남교육신문 이명화 기자]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이자 전 목포시의원인 서미화씨(54·여)가 조선대학교에서 시각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조선대학교는 그의 학습을 돕기 위해 장애학생지원자를 배치하는 등 각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미화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망막색소변색증으로 집중시력을 잃게 되면서 교과서도 볼 수 없고, 노트 필기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됐으며 어릴 때부터 숱한 고난을 이겨내 왔다.

그는 “중·고등학교 일반 학교를 다녔던 당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떤 지원도 학교에서 받을 수 없었고, 비장애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정규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회상했다.

대학입시시험을 치르던 날, 서씨는 장애 학생을 배려하지 않은 시험 답안지 때문에 입시가 좌절됐다. 서씨는 “그날의 슬픔과 상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후 시각장애는 저에게 무슨 일이든 해보기도 전에 안 보여서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부터 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절망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잃은 그를 다시 일으킨 계기는 바로 ‘교통사고’였다.

서씨는 “30대에 교통사고로 팔,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병원에 약 6개월 간 대·소변도 스스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꼼짝없이 누워있게 됐다. 그동안 잘 안 보이는 것 말고는 다른 신체 기능이 모두 건강했었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다”면서 “시각장애에 갇혀 미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 불평만 하고 살아온 날들을 깊이 반성하고, 36세의 나이에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그는 전남지역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여성들과 함께 장애여성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서씨는 전남에서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목포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개소했으며, 전남여성장애인연대 공동대표 (사)전남여성장애인연대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는 여성과 장애로 인한 이중차별뿐 아니라 성폭력으로 학대받는 여성장애인 인권을 대변하고 구제하는 활동에 최선을 다 해 왔다. 서씨는 장애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발판으로 지난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목포시 제 9대 시의원에 당선됐다.

시의원이 된 그는 보다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박사과정 대학원 입학을 하고자 여러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접해본 경험이 없어 입학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조선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행정복지학부)에서 서씨의 박사과정 입학을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대학교는 그가 원활한 이동 및 강의 수강이 가능하도록 장애학생지원자를 배치했다.

서씨는 “대학의 도움을 받아 박사과정을 밟으며 전문성을 길렀고, 덕분에 의정활동 중 장애인 인권보장조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등 10여 가지가 넘는 장애인 관련 조례 개정과 다양한 정책 제안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서씨는 지역의원 중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돼 각종 표창을 수상했고, 지난 2012년에는 미국 국무부의 초청을 받아 국제지도자과정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그는 박사과정 수료 후 박사논문을 위한 자료 수집 과정에서 역경을 거쳤으나, 지도교수의 배려로 장애 요소를 극복, 마침내 올해 2월 25일 대학원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서씨는 지난 2015년 ‘전남지역 예비활동 보조인 성교육이 장애인 성인식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지도교수인 김용섭(행정복지학부) 교수의 지도로 마쳤다.

이 연구는 미국 ‘Journal of public policy and administration’라는 정책연구원에서 희소성이 있는 연구로 인정되어 연구 참여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자립의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논문(지도교수 김용섭, 공동지도교수 박희서)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그는 “일반 자료를 시각장애인이 습득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 조사·분석해야 했기에 논문 설계와 연구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비장애인 학생들보다 3~4배는 더 걸렸다”면서 “교수님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셨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언과 지원을 받아 논문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용섭 지도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서미화씨가 시각장애 당사자인 전문인력으로 장애인 차별 문제를 야기하는 제도나 정책을 적극 개선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현해 가는데 큰 역할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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