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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치료의 비극' 헤라클레이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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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치료의 비극' 헤라클레이토스
  • 강성률
  • 승인 2020.02.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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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②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난 헤라클레이토스는 한 친구가 다수결에 의해 추방당하는 것을 보고 나서 대중을 멸시하고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그는 부패한 정치적 상황을 치료하는 특효약으로서 ‘모든 시민이 목을 매어 자살할 것’을 권장했다.

그리하여 그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치에 열중하는 대신, 신전에 나아가 아이들과 주사위 놀이를 더 즐겼다. 마침내 그는 인간들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산 속으로 들어가 풀과 잡초로 끼니를 연명해나갔다.

하지만 그러한 섭생(攝生-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으로 말미암아 도리어 그는 수종증(몸 안에 임파액이나 장액이 많이 고임으로써 몸이 붓는 병)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그는 스스로 처방을 내렸는데 그것은 바로 쇠똥치료였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쇠똥을 온몸에 바르고 햇볕 아래 누웠는데 이것이 그를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더욱 비극적인데 개들이 쇠똥을 바르고 누워있는 헤라클레이토스를 보고 시체인 줄 잘못 알아 머리며 살이며 뼈다귀며 할 것 없이 모조리 먹어치웠다는 이야기다.    

그의 시체만큼이나 이 세계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이 세계는 낮과 밤, 겨울과 여름, 전쟁과 평화, 과잉공급과 기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등으로 대립해 있다.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하면, 이러한 대립적인 여러 힘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을 통하여 모든 발전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낮과 밤, 겨울과 여름, 전쟁과 평화 사이의 조화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으며 이념 대 이념, 인간 대 인간, 계급 대 계급, 민족 대 민족 사이의 투쟁을 통한 조화로써 세계가 유지된다. 우리 몸속에도 새로 발전하는 세포와 퇴보하는 세포 사이의 무한한 싸움을 통해 건강이 유지되는데 그러한 세포분열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비판이 없는 사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싸움이야말로 만물의 아버지이자 만물의 왕'이라고 강조했다. 투쟁, 전쟁이야말로 모든 것을 생산해내고 또한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뜻이리라.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년 무렵-475년 무렵)는 소아시아 연안의 에페소스 시에서 왕족으로 태어났으며 만물의 근본물질을 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품이 황금의 교환물이고 황금이 상품의 교환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불은 만물의 교환물이고 만물은 불의 교환물'이라고 했다. 가령 우리가 돈으로 물건을 사고 팔 듯이 불과 만물은 서로가 서로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흐르고 변할 뿐, 정지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것을 만물유전(萬物流轉, panta rhei) 사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두 번 다시 같은 물결을 탈 수 없다’는 주장으로 뒷받침된다. 가령 우리가 흘러가는 물속에 발을 담갔다가 꺼내어 다시 집어넣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집어넣은 그 지점의 물은 애초의 물이 아니다.

처음의 물은 하류로 흘러가 버렸고, 현재의 물은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다. 하루하루가 놀랍게 변해가는 이때에 우리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갈 수 없다. 하여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변해야 한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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