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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고 입학했는데 졸업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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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고 입학했는데 졸업식이네요"
  • 김두헌 기자
  • 승인 2020.02.08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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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목포제일정보중고 만학도 474명 졸업식 가져

8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제 32회 졸업식이 있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학력인정 초등과정, 학력인정 중학교, 학력인정 고등학교로 구성됐다.

이 날 졸업식에서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진남순 외 46명, 중학교는 남정부 외 156명,  고등학교는 김창순 외 269명이 꿈에도 그리던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식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파로 각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간소하게 이뤄졌고 외부인의 출입은 자제를 부탁했다.

김옥희 씨 고등학교 졸업, 내 나이 육십, 삼월에는 대학새내기

이번 졸업생 가운데 김옥희(60세, 사진) 씨는 경기도 성남에서 오십년을 살다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이사 온 곳이 목포였다. 목포에 오니 어른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못 다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 초등학교 졸업장을 팩스민원으로 신청했더니 졸업자명부에 본인 이름이 없었다. 6학년 말 졸업 전에 성남에 있는 공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졸업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육성회비를 내지 않았기 때문일까. 김옥희 씨는 억울했지만 초등교육과정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해남군 고도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목포집으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오전반에서 공부했다. 너무나 배우고 싶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토록 받고 싶었던 평생의 소원을 이곳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를 통해 이뤘다. 초등과정은 졸업장만 못 받았기에 1년에 마칠 수 있었고,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모두 5년을 공부하고 이제 졸업을 맞는다. 그리고 3월에는 목포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다.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서 함께 시작한 중학생활

가난했지만 종손인 최병모(77세, 사진) 씨는 일찍이 할아버지 밑에서 한자를 배웠다. 어린 시절 중학교 공부를 했지만 아쉽게도 학력인정이 안 되는 학교였다. 1남 4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 살다가 자식들 대학공부를 마치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벌써 20년이다.

고향에 돌아와서 농사를 짓고 살다가 몇 해 전 무릎 수술을  받아 몸이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부터 농사를 줄이고 소 몇 마리 키우는 것으로 소일하며 공부하고 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도전한 한자검정회 3급 시험, 합격하니 기분이 좋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다시 한자 2급에 도전하려고 한다. 무안 현경에서 등하교 하는 최병모 씨는 매일 승용차에 아내와 함께 다른 두 명의 학습자를 모시고 다닌다.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고 입학했는데 다녀보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초등문해과정에 다니는 아내도 즐겁게 한글을 배우고 있다.  아내도 이제는 한글에 익숙해져서 올해 3단계로 진급한다”고 즐겁게 말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배울 수 있음을 생각하면 학교가 고맙고 교장선생님이 한없이 고맙다. 요즘 학교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학교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법인화과정 중 발생한 문제로 지난 해 학내 갈등을 겪었지만 모든 교육과정을 무리 없이 진행하며 만학도의 배움터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0학년도 대학진학자는 4년제 이점구(조선대학교), 이승관(순천대학교) 외 19명, 2년제 김옥자(배화여자대학), 조영훈(목포과학대학) 외 99명으로 총 122명이다. 현재 초중고등학교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문의 061-276-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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