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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제경
  • 승인 2020.01.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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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前 고흥교육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가 밝았다. 함경도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천지창조’ 신화에는 미륵이 세상을 이룬 뒤, 물과 불을 얻기 위해 생쥐와 담판을 벌이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 생쥐는 미륵에게 샘물 찾는 법과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 대가로 미륵에게서 “이 세상에 있는 뒤주란 뒤주는 죄다 네가 차지해라”는 약속을 받는다. 뒤주는 바로 쌀독이다. 옛날에는 먹는 게 아주 중요했던 시절이라 쌀독을 차지한다는 말은 곧 가장 큰 재산을 얻는다는 말과 같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재물 복을 타고 난다’는 말이 생긴 이유다. 쥐는 우리에게 피해를 많이 주는 해수(害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들 주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다.

쥐는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집쥐의 임신기간은 20~21일이고, 출산 뒤 몇 시간만 지나면 금방 발정해 교미할 수 있다. 보통 1년에 5회 정도 새끼를 낳는데, 한배에 7~10마리의 새끼가 태어난다. 만일 연간 5회 10마리씩 암수 비율을 똑같이 낳는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 2년 뒤에는 5천만 마리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엄청난 번식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종족끼리는 질서가 분명해서 부부침실과 새끼 방, 화장실과 식량창고 등이 따로 구분돼 있을 정도다. 쥐에 대한 인식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쥐는 약삭빠르고 잔꾀도 많은 동물이다.

그래서 흔히 눈치 빠르고 약삭빠른 사람을 ‘쥐새끼 같은 녀석’이라고 표현하고, 못난 사람이 잘난 체 할 때에도 ‘쥐뿔나게 잘 났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쥐는 농작물을 해치고 곡식을 훔쳐 먹는 행위에다 식중독, 흑사병, 유행성 출혈열 등 여러 가지 병균을 옮기는 것으로 밝혀져 인간과는 적대적 관계로 살고 있다.

하지만 쥐가 인간에게 해로움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위 안의 약품은 모두 쥐를 이용한 연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쥐는 인간을 위한 중요한 임상 실험 재료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 저하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의 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 진입이 확정됐다. 인구 67만명인 중국의 행정자치 지역 마카오를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가 됐다.

통계청의 ‘2018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국가들의 지난해 출산율을 보면 대만 1.06명, 홍콩 1.07명, 싱가포르 1.14명, 일본 1.42명으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마카오(0.92명)만 한국을 밑돌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평균(1.68명)은 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인구수 늘이기는 우리나라 국정과제 제1번이 된다 할 것이다. 인구수는 국가경쟁력이고 결국은 국력으로 연결되므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쥐의 해를 맞아 다산(多産)의 상징인 쥐의 기운을 받아 합계출산율 세계 최하위의 불명예를 하루속히 벗어나게 되길 소망해 본다. 쥐는 다복(多福)을 상징한다. 복이란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없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서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돈을, 건강이 미흡한 사람에게는 건강을, 그리고 행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행복을 많이 가져다주는 경자년(庚子年)이 되길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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