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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의 투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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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의 투표권
  • 김재흥
  • 승인 2019.12.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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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신안교육장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되는 만18세 학생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공직자 선거법 개정안이 엊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은 정당별 국회의원수 불리기 등의 법안과 함께 처리된 이번 개정안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고 3학생들에게도 정치 참여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모양새 좋은 개정안이라고 본다.

자유한국당도 의안 처리에 참여하였더라면 더 좋은 모양새가 될 수 있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불참하였다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8세 학생들의 투표권은 사실 보는 입장에 따라 논란이 많을 수 있다. 같은 교원단체에서도 찬성과 반대 논리가 대등하게 맞선다. 우선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 독, 영, 프, 중, 등 선진 20여 개국의 나라에선 이미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었으니 우리도 당당히 그들과 어깨를 같이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일본은 20세,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등 몇몇 나라는 21세에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이유이며 무엇보다도 교실이 정치판이 될까를 두려워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사회 참여 등 투표권이 없던 학생들에게 갑자기 정치인을 선출하는 투표권이 주어졌으니 부작용은 분명히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만 18세의 나이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되는 인생의 분수령 같은 나이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대학이나 산업 현장에 취직하면서 성인의 대접을 받게 된다.

18세부터 사회적 의무와 함께 납세, 근로 의무가 생기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이미 부여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공무원 자격시험, 운전 면허 시험 등 성인으로서 생활 기술 취득 기회도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다.

즉, 예비사회인으로서 어지간한 기회가 다 주어져 있는데 오직 정치 참여만이 묶여 있다면 기회의 공평에서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서 판단하는 보편적 인류의 평준화 입장에서도 평등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인식과 판단의 정체성은 우리 성인들보다 더 발달된 학생도 있으며, 개개인의 철학적 소신은 진로의식의 전문화로 인해 정치판을 뛰어 넘어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혜안의 질서도 가지고 있다. 결코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해온 학생들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간 우리 학생들의 정신적인 그릇의 크기는 보고 듣는 문화의 울타리가 그만큼 넓어졌기에 1900년대 학생들보다는 많은 차이를 두고 성장하였다. 신체적 성장도 과거 십 여전보다 발육상태가 좋아졌다. 세계를 주름잡는 k팝 등 한류가 그저 운좋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간 학교에서 이루어진 방과후학교 활동, 각종 다양한 동아리 활동, 스포츠 교류 활동, 교과 학습을 통한 개개의 맞춤형 교육과정 등의 선택적이고 집중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면 성인의 문턱에서 내년에 사회인으로서 준비를 하는 시간이므로 예비 사회인의 자격이 미리서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 3까지 통제되어 있다가 19세가 되어 이런 저런 기회가 주어지면서 그에 따른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1학년생들은 고 3의 생활과 비교하여 많은 시행착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것은 초·중학교를 거쳐 고 3학년까지 오직 대입 공부만 준비해야 하는 억압과 자기 조절의 시간으로 인해 경험되는 통제에서 갑자기 주어진 자율이라는 대전환의 틈바구니에서 오는 변화의 부적응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비사회인으로서 미리 준비하고 정부의 정책과 정치 참여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배우는 일환으로 고 3학년 학생의 투표권 행사는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본다. 단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교실이 정치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령을 통해 철저한 거름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편향적이고 단편적인 정당의 입김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공정한 령을 만들어 학생을 보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인헌고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을, 그들을 대표하여 법률을 만들고 그들을 보호해야 할 정치인을 올바르게 선택하도록,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시민을 양성하자는 취지에도 매우 부합한다.

따라서 투표 연령의 하향으로 주어진 소중한 한 표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고 3학년들의 현명한 정치의식을 기대하며 섣부른 판단이나 편협한 일부 정당의 타협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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