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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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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양면성
  • 윤영훈
  • 승인 2019.12.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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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시인 교육칼럼니스트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벽 위에 한 장의 달력만 달랑 자리하는 모습이 이 해의 고별을 예고하고 있다. 1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가까운 사람들의 모임과 송년 행사 그리고 연말 콘서트 등의 행사들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렇게 연말에는 자주 모임을 가지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장 술 소비량이 많은 때가 12월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술’의 뜻을 지닌 한자에는 주(酒)자와 주(酎)자, 두 가지가 있다. 앞의 주(酒)자는 막걸리와 같이 비교적 순한 술을 일컫는 말이고, 뒤의 주(酎)자는 소주와 같이 독한 술을 말한다.

앞의 술 주(酒)자는 물 수(水)변에 닭 유(酉)자로 되어 있다. 이 말을 풀어보면 “닭이 물을 먹듯이 술을 먹으라”는 뜻이다. 즉, 술은 닭이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듯이 조금씩  먹어야 한다는 뜻이 있다. 또한 다음 술 주(酎)자는 마디 촌(寸)자가 들어있어서 “마디 마디 끊어서 조심스럽게 먹으라”는 깊은 뜻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술 한 잔을 오랫동안 대화하면서 여유 있게 마시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너무 급하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술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요, 과하게 마시면 독이 된 다는 것이다. 술은 신성한 종교의식에서도 존재하고 흥겨운 잔치판에서도 존재한다.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했으며, 사람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는 술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술을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우리의 삶은 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산다. 특히 동서고금의 문인들에게 술은 영감의 원천으로서 찬양의 대상으로 자리했다. 중국의 시선 이백과 그리스의 서정 시인 아나크레온과 그리고 프랑스의 보들레르·미국의 찰스 부코스키에 이르기까지 술을 사랑하고 예찬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풍류를 즐기는 민족으로, 술은 늘 친근한 대상으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다. 옛 시조나 가사 작품 속에서도 ‘술’이란 시어가 자주 등장하며, 시인묵객들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투영시키는 매개체로 사용했다. 술을 마시면서 시를 읊고, 풍류와 정을 나누곤 했다.

한국문학사를 살펴보면, 김병익의 '한국문단사'와 수주 변영로의 '명정 40년'그리고 양주동의 '문주반생기'등의  문단 일화들에서도 술과 함께 해 온 문인들의 발자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닫힌 마음의 벽도 금방 허물어지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점점 흥겨운 분위기로 변해간다.

술이란 인간 내면에 숨겨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며, 인간의 닫힌 마음도 열리게 하는 열쇠의 역할을 한다. 평소에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술을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깊은 속내를 자연스럽게 내보이곤 한다. 그러나 술이 부르는 폐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음주는 말실수와 폭력과 성범죄 등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사이 음주를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은 ‘인간의 두뇌에 술을 붓는 것은 기계의 베어링에 모래를 끼얹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청소년기의 음주는 학습능력을 저하시키며 비행 및 탈선 그리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본인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한 잔의 술이라도 마셨으면 아예 운전석에 앉지 말아야 한다. ‘술은 백약 중의 으뜸이라고는 하나, 만병은 또한 술로부터 일어난다’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전해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음주 관련 질병으로 전 세계에서 2012년에만 330만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음주량은 국민건강과 직결돼 영국 등 유럽 각국에서도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과음 문화 근절책을 강화하고 있다.

술은 양날의 칼이다. 좋을 때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일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을 정도로 엄청난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술은 유리잔을 다루듯이 늘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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