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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Kiss)
  • 나동주
  • 승인 2019.10.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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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주∥前 영광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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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해 본 사람은 알지, 잘라도 잘라버려도 / 돋아나는 은밀한 혀 속의 잠언(箴言)을
사랑해, 사랑해, 나는 정말 숙주세포(宿主細胞)가 필요해 / 처음 본 바이러스를 사랑해 보았나 당신
키스의 남방 한계선에 도달해 보았나 뜨거운 플루(flu) 키스 / 39,5도의 한계점에서 캄캄하게 멸종되는
강영은의 詩 <키스의 남방한계 中에서>
 

키스는 원래 원시시대부터 있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오늘날처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달콤하지도 않았습니다. 강영은의 시어(詩語)처럼 ‘돋아나는 은밀한 혀 속의 잠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원시시대 키스는 여자들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행해졌습니다. 원시시대는 오직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아직 농사를 짓는 방법을 몰랐던 시대입니다. 사냥을 다녀온 남자들은 그동안 여자들이 식량(고기)을 축내지 않았는지 여자의 입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보았는데 이 살벌한 행위가 키스의 효시(嚆矢)였습니다.

 

키스의 유래는 이후 세월이 흘러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에는 여자들이 와인을 마셨는지. 마시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입술을 갖다 댔는데, 이것이 달콤한 키스의 시작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쩨쩨한 남자들의 속 좁은 행위가 키스의 유래가 된 것입니다.

 

플라톤은 키스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가는 순간의 경험’이라 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애정 표현이며, 애정 확인 절차가 바로 키스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키스는 우리의 삶에 다양하고 독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이 실린 키스는 한 번에 3.8Kcal의 에너지가 소모되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아울러 매일 규칙적으로 키스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5년 정도 수명이 연장되며, 충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키스의 효과는 매우 실증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약혼한 남녀가 공원에서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형무소에서 24시간 구금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공공장소에서 키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켜 놓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이 같은 장소에서 키스할 경우 75달러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영화 속에서조차 키스신( kiss scene)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필자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여행을 하던 중 자주 목격한 키스 장면은 참으로 민망스럽고 생경(生硬)했으니, 필자의 고루(固陋)한 성품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질적 문화 차이의 이해와 극복이 아직은 덜 된 탓입니다.

 

영국의 연인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키스를 즐깁니다. 프랑스 연인들은 키스와 차가운 물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키스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추운 지방의 에스키모인들이나, 남태평양 뉴질랜드 마오리족들이 서로 코를 비벼 인사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나아가 영국에는 키스를 가르치는 학교까지 있다고 하니 키스가 결코 은밀하게 행해지는 애정 표현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키스에 관한 다양한 기록도 많습니다. 당시 27세였던 독일 여배우 안드레아 주바(Andrea Juva)가 1999년에 5시간 동안 1만 2명에게 키스해서 세계 신기록을 세웁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던 키스는 1941년 '제인 위만'과 '레기 스토미' 사이의 키스로써 무려 3분 5초간 지속되었고, 장시간 키스 신기록은 '비 셔록'과 '레이 블리지나'였는데, 그들은 1978년 5월 1일부터 6일까지 장장 130시간 2분 동안 키스를 한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또한 140여 년 전인 1876년 '존, C. 라이스'와 '메이 어윈'주연의 '미망인 존스부인'이란 영화 속에서의 키스가 영화 역사상 최초의 키스였다고 합니다.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belvedere) 궁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황금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는 클림트 자신과 그의 연인인 [에밀리 플뢰게]와의 키스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기하학적인 문양과 황금색에 둘러싸여 두 사람의 구별이 사라지고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데, 수동적이지만 황홀경에 빠진 듯한 여인의 표정 등이 화면을 압도합니다. 필자가 현장에서 본 이 작품은 화면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夢幻的)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묘사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금 세공업자인 클림트 아버지의 도움으로 화면 전반에 걸쳐 뿌려진 황금색의 금가루는 키스 장면을 극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키스를 인간 본능의 한계를 넘어선 지극히 숭고한 행위로 형상화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키스 장면이 예술적인 감각으로 우리를 현혹시킨 영화는 불멸의 명화(名畵)가 되어 또렷한 추억 속에 영원으로 존재합니다. 단지 화면 속의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1939년에 제작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서 스칼렛(Scarlett)과 레트 버틀러(Rhett Butler)의 키스는 달콤했습니다. 1953년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중에서 하와이 아이코닉 해변(iconic beach)에서 데보라 커(Deborah Kerr)와 버트 랭카스터(Burt Lancaster)의 키스는 실전(實戰)처럼 강렬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합니다.

 

베를린 장벽에 그려져 있었던 당시 구(舊)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와 동독의 당 서기장 호네커(Erich Honecker)의 진한 키스 장면은 드미트리 브루벨(Dmitry Vrubel)의 작품으로 '형제의 입맞춤(The Fraternal Kiss)'이라 일컬어집니다. 키스가 냉전체제를 무너뜨리는 가교(架橋) 역할을 한 것입니다.

 

세계 대학의 모든 기숙사의 벽에 걸려 있다는 사진으로써 1950년 프랑스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Robert Doisneau)가 파리 시청 앞에서 촬영한 '시청 앞에서의 키스(Kiss by the Hotel de Ville)'는 경매가 2억 원을 기록했으며 프랑스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사랑이 국제적인 상징이 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또한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에서 주인공 데미 무어(Demi Moore)와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의 죽음을 초월한 키스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며 시공간을 초월합니다. 감동적인 영혼의 키스입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최고의 키스는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에서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과 조지 페파드(George Peppard)가 비오는 뉴욕 거리에서 키스하는 장면입니다. 격정적인 키스 위에 세찬 비가 포개집니다. 오직 키스만이 존재할 뿐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이 불같은 키스를 나눕니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도플러(Doppler)는 “키스는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키스의 달콤함 또한 한순간이며, 찰나일 뿐입니다. 도플러 말대로 흩날리는 먼지처럼 벼락으로 왔다가 안개로 떠나는 것이 키스입니다. '안드레아 주바'가 만 번이 넘는 키스를 했다지만, 모두가 순간의 연속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인생은 사실은 순간의 연속을 외줄 타듯 사는 것입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키스를 통해 통찰하게 됩니다. 참으로 묘한 것이 인생입니다.

 

뉴욕의 낭만적인 비는 아니더라도 머리카락 자지러지는 높바람 속에서 오래도록 서로를 감싸는 마음 여린 젊은이의 소박한 키스가 앳된 산수유처럼 간절하기만 합니다. 훼절(毁節)된 사랑을 복원합니다. 그래서 키스는 모두가 사랑입니다. 피멍울보다 진한 사랑의 향(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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