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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인성(人性)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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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인성(人性)이 살아있다
  • 허행숙
  • 승인 2018.09.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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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숙∥나주공공도서관 총무팀장

중학생 때 처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옛일이고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당시 도서관은 정문에서부터 통로, 열람실 곳곳에 한눈에도 확 띄는  빨간색‘정숙’이라는 단어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는 절대 정숙을 요하며 공부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아마도 19세기 말부터 서양의 도서관 문화가 도입되어 영어의 library를 도서관으로 번역하면서 줄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사뭇 든다.

그동안 흐른 세월만큼 사회제반 기능이 변천하듯 지금 난‘정숙’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곳에서 학생이 아닌 직원으로서 제2의 도서관 기능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영·유아나 저학년의 감성 키우기 프로그램 운영이다. 도서관내 구축된 동화구연 가상 체험실에서 ‘아기공룡뚜비’와 같은 자신감 향상을 주제로 한 가족 인형극, ‘호롱불 독서’라는 미니 텐트 속에서 흐릿한 호롱불을 밝히며 옛 선조들의 서책 읽기 체험,책 읽어 주는 언니 오빠와 함께한 동화 읽기 그리고 다양한 ‘책 놀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무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서의 억압이나 저항 등에 의해 지배된다고 했다. 즉 아동 3세 이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3~6세 이전의 경험이라고 했다. 이에 영·유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나주공공도서관 역점사업인 ‘북 스타트’사업은 민주시민양성을 위한 혁신전남교육을 위해 점진적 확산을 바란다.

두 번째는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다. 지난 주 나주공공도서관 주관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 관내 중고등학생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행사장(나주고 시청각실)을 가득 메웠다. 역사 속 명곡들을 작곡가의 삶과 연계한 해설을 통한 클래식(현악 4중주)연주는 청중과 연주자를 하나로 사로잡았고 마무리 곡까지 수준 높게 경청해준 시민은 물론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또한 고3 수험생 배려를 위해 수능이후 개최되는 유명 작가와 만남이나 북 콘서트는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의 감성을 키워 어제 보다 더 행복한 내일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초석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세 번째는 책 속에서 길을 찾는‘독서토론대회’이다. 도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토론대회를 개최하는데 예선과 본선으로 나뉘어 치러지는 행사에 참여 학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토론의 역량 또한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화의 사례처럼 한 대학교수가 만든 흑인 대학생 토론 팀이 하버드대 챔피언십 우승까지 거머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레이트 디베이트’처럼 크게 성장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토론문화를 주도해 가길 기대해 본다.

이 밖에도 자녀교육을 위한 작가 초청 학부모 강연회나 부모와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은 학교에서 쉬이 할 수 없는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는 음악과 독서, 감성과 인성, 소통과 배려 그리고 혁신전남학교에서 추구하는 민주시민의식 양성을 이론이 아닌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 확대에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나는 김해시 주관 대한민국 독서한마당에서 이색적인 독서낭독을 경험했다. 박완서의 작품 ‘그 남자네 집’을 소재로 뮤지컬과 연극, 시낭송을 융합한 독서낭독은 관객을 작품 속 주인공인양 몰입하게 했다.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박수갈채는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혹여 예전의 필자처럼 도서관의 역할을 고전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유리창을 깨고 걸어 나오자. 그리고 참여하고 체험해 보자. 자녀의 따뜻하고 행복한 내일을 위해 도서관으로 발걸음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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