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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교육청 ‘입가에 번지는 햇살’ 창작문예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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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교육청 ‘입가에 번지는 햇살’ 창작문예집 출간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7.12.27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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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교직원들의 아름다운 감성! 한권의 책으로 탄생 시 46편, 수필 8편, 교단일기 8편 등 담겨

[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고흥교직원들의 예술적 감흥과 문학적 감성을 한데 모은 창작문예집이 출간돼 교직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흥교육지원청(교육장 정병원)은 12월의 끝자락인 22일 오후 대회의실에서 함께 참여한 교직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직원들의 예술적 감흥과 문학적 감성을 창작열로 승화한 작품 73편을 엮은 창작문예집 ‘입가에 번지는 햇살’을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이 문예집은 지난 3월 고흥문예창작동아리 회원을 중심으로 홍보, 원고 모집, 책자 편집, 퇴고의 과정을 거친 아름다운 작품집으로 교직원들의 문학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열정이 만들어낸 산고의 고통으로 낳은 소중한 결실이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으로 형상화한 시(詩)가 46편, 개인의 상처와 추억을 아름답게 노래한 수필이 8편, 교실에서 아이들과 울고 웃었던 성장의 시간을 담은 교단일기 8편이 오롯이 담겼으며, 그 밖에 독후감, 기행문, 미술 작품 등으로 책의 멋과 깊이를 더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몇 편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는 진솔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책자 발간을 주도한 시인 이상인(풍남초) 님은 작품집 해설을 통해 개인적 감정이 시적 은유를 통해 어떻게 사람을 감동케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어둔 밤길에 몰래 꺾어 들고 온 / 들꽃 한 무더기
자세히 보니 무당벌레 한 마리 / 길을 잃고 있다
창밖 달무리는 저리 고운데 / 미안하다
(미안하다 전문-박현희)

위 시는 지은이의 개인적인 욕심이 무당벌레라는 작은 곤충의 집을 파괴하고 고향을 잃케 만든 미안한 마음을 시적 형상화를 통해 생명에 대한 애착과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중략)
그 모습 하도 좋아 / 사진을 찍는다 / 향기까지 / 담을 수는 없을까?(금목서-정병도)

위 지은이는 금빛가루 뿌려 놓은 금목서를 보면서 그 향기에 취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 꽃의 향기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담담한 질문으로 간절함을 표현하고 있다.

(중략)
오래된 오두막 / 이제는 소문이 희미해질 만도 한데
천상에서나 내려왔을 그 여자 / 한사코 고운 화장을 하고
담 너머로 살 냄새를 뿜어댄다지 (능소화-이성룡)

외딴 집 담장에 주홍빛 예쁜 꽃을 달고 늘어져 있는 능소화를 가슴 뜨겁게 남정네를 유혹하는 화냥년으로 비유해 우리에게 웃음의 미학을 건네주는 작품도 눈에 띈다.

포항 / 진주 / 수원 / 역삼동 / 광주 / 밀양 / 영등포 / 울산
(‘지도’ 전문-정병원)

위 시는 도시의 나열이라는 단순한 배치에서 지은이의 가족과 인연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될 때, 그 도시들은 지은이의 삶의 궤적이 되고, 가족이 존재하는 삶의 지평으로 확장되는 묘미를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2+1이 하나 되는 삶’(김경남)은 아들과 매제의 간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사는 지은이의 상처와 미안함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으며,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땀띠 쏘아대던 여름날의 번역’(박미영)은 젊은 시절 번역을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도전하는 열정이 삶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산문도 접할 수 있다. 이렇듯 50여 교직원의 각기 다른 정서와 상념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빛깔 고운 노래가 되고, 색감 좋은 이야기로 탄생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정병원 교육장은 “여러분의 용기가 놀라운 일을 만들었다. 그 용기는 부끄러움을 이긴 결과다”라며 참석자를 격려하면서 “공자께서는 시편 300편을 꿰뚫는 핵심을 사무사(思無邪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라 표현했다. 여기 수록된 작품도 그것과 통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가 그런 의지와 신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예집 출간을 축하했다.

출판 기념회에서는 경과보고, 문예집 해설, 시루떡 케익 컷팅, 시 낭송회 등으로 조촐하게 이루어졌지 만 참석자 모두의 가슴은 훈훈한 봄바람을 맞는 듯 훈풍을 느끼게 했다. 이번 창간호 발간은 ‘인문학의 고장’ 고흥에서 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특별한 의미의 사업으로 기억될 것이며, 이후 창작의욕의 저변 확대를 통한 문학예술의 지평을 꾸준히 넓혀갈 예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첫 시작은 풋풋했으며 신선함 속에 깃든 깊은 은유와 예리한 통찰은 이 책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교육가족이 함께 하는 제2, 제3의 문예집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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