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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류진옥 선생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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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류진옥 선생님께 드립니다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6.09.04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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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실 근무 본업에 충실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받아
지난 달 27일 유명 달리해 '전남교육계 좋은 사람 잃어'

류진옥(사진)선생님, 동년배(同年輩)인 당신을 잃고 부고 기사를 쓰는 심정 참담합니다. 당신은 지난 8월 27일, 사랑하는 가족과 19년 6개월여 정들었던 전남도교육청을 뒤로 한 채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황망히 이승을 떠나셨습니다.

한 달 전 화순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 쾌차하겠지하고 병문안은 고사하고 문자 한통 못 보냈는데 말이죠.

돌이켜 보면 저와 류 선생님의 인연이라는 것도 8년여 남짓에 불과하고 공유할 만한 추억거리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성품상, 이런 형식적이고 살아남은 사람 좋자고 쓰는 부고기사를 나무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함께 생활했던 분들의 기억, 저와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나눴던 시간들을 불러내 ‘참 단정하고 성실했던 당신’의 일부를 여기에 간신히 기록하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당신은 본업에 충실했습니다. 주로 교육감님 일정에 따라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맘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위해 연신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역대 홍보담당관들도 맘에서 우러나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완벽에 가까운 일처리를 해냈던 당신을 한 목소리로 칭찬했습니다.

모두들 ‘신경 쓸 일이 전혀 없었던 사람, 자기직업에 대한 애착과 긍지가 강했던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특히, 교육감실에 사진촬영이 필요한 손님이 찾아오면 신속하게 서텨를 누른 후 패로 제작해 퇴실 전 전달해 드려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만채 교육감 재임 1기 활동 사진을 2권의 앨범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달해 드리자 교육감께서 크게 기뻐했다고 합니다.

현재 각종 언론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장만채 교육감의 모든 사진이 당신의 작품입니다. 환하게 웃는 사진, 찻잔을 곁에 두고 빙그레 웃는 모습, 단호하게 손짓하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 등이 모두 당신의 카메라 앵글속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신과 저는 홍보실과 기자실에 몇 안남은 애연가였습니다. 흡연실에서 가끔 당신과 만나 나눴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사진대전에 출품해 상 받았다는 이야기, 유달산이 한 눈에 보이는 주택으로 이사해 겨울에도 볕이 잘들어 너무 좋다는 이야기, 집에서 유달산을 배경으로 얘들 사진을 찍는다는 이야기, 최근 배드민턴에 취미를 붙여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며 저에게도 권했던 이야기.

하지만 저는 그때 몰랐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그렇게 가만가만 들려주던 이야기의 의미를 말이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당신을 지난 2008년 1월 1일 이후,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했던 시절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부터 전남교육연구정보원 전기원으로 10년 넘게 조용조용 근무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일란성 쌍둥이 형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지요. 우리는 그렇게 업무적인 일로만 상대하다 그가 불현듯 우리곁을 떠나게 되면 부랴부랴 관심을 표합니다. 그러다가 이내 곧 잊고 말지요. 예쁜 큰 딸, 늠름한 큰 아들, 이제 갓 8살 먹은 막둥이 아들을 두고 떠나는 당신의 발걸음, 천근만근 무거웠겠습니다. 당신은 참혹하게 무더웠던 올 여름 내내 암병동 멸균실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아는 지인에게 당신이 보냈다는 문자가 가슴을 칩니다.

“제가 너무 업(業)을 너무 많이 지었나봅니다”

류진옥 선생님(1968년 5월 29일∼2016년 8월 27일),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당신이 참 따뜻했던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그 따뜻함이 고스란히 앵글에 전해져 지난 8년간 전남교육을 상징하는 좋은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전남교육계는 참 좋은 사람을 잃었습니다. 부디 영면(永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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