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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 권한” 주장, 자충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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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 권한” 주장, 자충수 우려
  • 이수훈
  • 승인 2013.08.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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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김해고등학교 행정실장·법학박사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하여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두고 우리는 바둑에 빗대어 자충수를 두었다는 말을 사용한다.

나는 최근 최대욱 한국교총부회장이 호남교육신문에 기고한 “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 권리이자 의무”라는 글과 이와 관련한 일련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최부회장의 주장은 오히려 교감에게 불리한 자충수가 아닌지 염려가 되었다.

최부회장이 주장하는 논지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제2항에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라고 규정되어 있고 여기서 ‘교무(校務)’는 학교의 모든 업무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는 법적 권리(권한)이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와 교육부의 유권해석 또한 그리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위 조항과 충돌했던 같은 법 제 5항 “학교장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가 행정직원들 스스로의 요청에 의해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로 바뀌었으므로 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 권한은 더욱 명확해 졌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최부회장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고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과연 교원들에게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 최부회장의 주장에 대해서 이희수부산 영도중학교 행정실장이 소상히 논박한 바 있으므로 나는 그에 덧붙여 학교 관리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려고 한다.

2003년 3월 26일 충남 천안에 있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전기합선에 의해 불이 나 이곳에서 잠자던 축구부원 어린이 8명이 연기에 질식되어 숨지고, 17명의 어린이가 중화상을 입는 끔직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학교 교장과 7급인 행정실장에게 합숙소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여 금고 3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하였다(재판결과는 벌금 500만원으로 확정됨). 그런데 이 사건은 회계 고유 업무영역이 아니라 학교의 일반 관리 업무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때 이 학교 교감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최부회장의 논리대로라면 위와 같은 사건에서 7급 공무원도 학교장과 동등한 책임을 지는 마당에 그 보다 상관이라는 교감 또한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교감이 책임에서 벗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평상시에는 교감이 행정실장의 상관으로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행정실장이 교감의 상관으로 바뀌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은 교감과 행정실장의 업무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제2항의 규정을 몰라서 교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일까?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과 법령해석의 권한을 가진 법원이 최부회장 보다 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교감의 교무 관리 권한은 추상적 권한이지 행정실 소관업무에 대한 구체적 권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제2항에서 규정한 교감의 교무 관리 권한은 학교 관리 전반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권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권한에 따라 교감은 행정실 업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그 의견 제시는 참모회의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공문 협조 등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범위를 넘어 행정실 업무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려고 하는 것은 행정실장의 업무영역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써 이것이야 말로 학교 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한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최부회장이 교감의 행정실 업무 관리 권한을 주장하기에 앞서 그동안 학사업무 외에 학교 관리와 관련한 책임문제에 있어서 당사자인 교감들이 어떻게 처신해 왔는지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제2항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나는 최부회장의 주장에 적극 동조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부회장은 앞으로 불필요한 주장으로 자충수를 두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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