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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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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부세요
  • 신성수
  • 승인 2013.10.0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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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수∥前 점암초등학교 교장

최근 방송에서 70년대 인기가수 정미조씨가 출연하여 당시 히트곡인 ‘휘파람을 부세요’ 노래 부르는 것을 보았다.

-제가 보고 싶을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외롭다고 느끼실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휘파람 소리에 꿈이 서려 있어요/ 휘파람 소리에 사랑이 담겨 있어요/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오랜만에 휘파람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저려왔다. 내가 어렸을때는 휘파람 소리를 내기 위해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혀끝으로 입김을 불어넣어 아무리 연습을 해도 주전자 물 끓은 소리만 났다. 그러다가 어느 날 휘파람 소리가 났을 때는 신이나서 시도 때도 없이 아무렇게나 불었다. 그때는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그냥 신이나서 친구들을 부르거나 개를 부르며 ‘획∼획∼’하고 불었다.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집에 ‘뱀 들어 온다‘고 못 불게 했고, 아버지는 '간첩으로 몰린다’고 밤에는 부르지 못하게 했다.

사춘기가 되어서 부터는 기분 좋고 외로울 때 불렀고, 등잔불에서 공부하다가도 불렀다.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말을 타고 가면서 휘파람을 부는 멋진 모습을 연상하며 부르기도 했다. 어두운 밤에 데이트를 하러 갈때는 집 부근에서 휘파람으로 신호를 하여 만났고, 돌아올 때는 신이나서 콧노래와 휘파람을 섞여서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또 극장에서 가수들의 쇼를 보면서 앵콜을 청할 때나 멀리있는 사람을 부를때 또 예쁜 아가씨가 지나가면 손가락을 입에 넣고 ‘획∼획∼’하고 손가락 휘파람을 요란하게 불어대기도 하였다.

어느날 인터넷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1위로 선정된 내용을 보니, 주부가 집안 일을 마치고 휘파람을 불면서 아기를 목욕시킨 사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와 청소를 마친 홀가분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금쪽같은 귀여운 아기를 목욕시키면서 휘파람을 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휘파람을 함께 불며 행복에 젖었었다. 마치 한편의 그림 동화 같았다.

휘파람은 기분이 좋아야 불어진다. 아니 휘파람을 불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샤워 할 때나 산보 할 때도 휘파람을 분다. 매일 문화센터에 운동하러 갈 때와 퇴근 할 때도 언제나 휘파람과 콧노래를 부른다. 어린 시절 운동회때 귀에 익은 ‘터키행진곡‘과 젊은시절의 ’군가‘를 부르며 발을 맞추기도 하고, 옛 추억이 떠오르거나 기분이 좋을 때는 그에 맞는 노래를 음량과 고저를 조절하며 부르고, 어떨 때는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넣어 제비족 같이 간드러지게 불 때도 있다. 그때의 기억이나 장면 그리고 주변 환경을 떠올리면 금방 감정이 되살아 난다

누군가 보고 싶을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외롭다고 느끼실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심폐기능 향상, 피로회복, 기분전환 하려면 휘파람을 부세요. 화나 스트레스로 감정조절이 안될때는 감명 깊었던 장면을 연상하며 휘파람을 부세요. 휙~획~~룰루랄라~~ 호흡이 조절되면서 기분이 금방 달라지며 행복해 집니다.

휘파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의 최고급 신체악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휘파람은 왕복표가 없는 인생열차에서 언제나 함께 해야 할 삶의 필수 원료가 되었으면 한다. 휘파람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은 삶을 너무 빡빡하게 살고 있다는 우리 신경계의 조기경보가 아닐까? 휘파람은 혼자서 불어도 좋고 여럿이 불어도 좋다. 지금 생각하면 현직에 있을때 음악시간에 휘파람을 가르치지 못함이 아쉽다. 음치였던 승호 희정이도 가창대신 휘바람을 불게 했더라면 학교 생활이 더 즐겁고 음악시간도 좋아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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