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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흥의 중국(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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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흥의 중국(中國)
  • 주나영
  • 승인 2013.10.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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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영∥여수여중 2학년(중국 문화체험 소감문)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것도, 상해를 처음 가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내 기분은 들떠있었다. 우리학교와 중국 항주의 고신실험학교와의 국제교류활동을 통해 홈스테이와 중국 친구를 만나본다는 설렘과 불안감 그리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맞이한 상해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마중 나온 가이드 선생님은 한국말을 잘 하시고 친절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 상해를 방문했을 때, 옛 거리에서 구경만 했는데, 이번에는 시장 상인들과 흥정을 직접해보며 새로운 경험을 맛보았다. 판다 인형과 빗을 구입할 때 “쎄쎄, 뿌, 칸찌아” 등 서투른 중국말을 사용하면서 값을 깎았던 기억이 새롭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서는 애국 동영상과 건물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전에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 가족들과 같이 방문했을 때는 ‘이런 곳이 있구나.’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다면 이번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단체로 관람하면서는 일제시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독립을 이루어내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던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과 감동이 가슴으로 전해왔다.

저녁 식사 후 관람한 상해 서커스는 훌륭했다. 몸을 꺾는 모습이 마치 연체동물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한 사람인 양 움직이는 동작도 놀라웠고, 협동심을 바탕으로 한 단체 공연에서는 내내 환호를 금치 못했다. 다만,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 서커스를 공연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그렇게 놀라울 정도의 기술을 연마했으니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날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불안했다. 항주 고신실험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중국 친구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외국인과 친분을 쌓는 첫 자리라는 생각에 자꾸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학교로 이동하면서 보았던 항주의 아름다운 경치, 가이드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4대 미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서호에 담긴 서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새 마음이 풀렸다.

자매결연학교는 아주 크고 웅장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합쳐있어서인지 편의 시설은 물론 운동장, 놀이터, 체육관 등의 운동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텃밭도 있어서 금요일이면 캠프파이어를 하며 직접 기른 농작물로 파티를 한다고 했다. 예로부터 똑똑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던 항주의 명문 학교! 그 명성과 품위에 걸맞게 고신실험학교의 학생들과 내 홈스테이 친구는무척 친절했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고 이름도 물어봤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도 해주었다. 그들의 친절함에 힘입어 나도 함께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었다. 그들이 먼저 다가 와 주지 않았더라면 그토록 친밀감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 홈스테이 친구의 이름은 童麗慧. 우리말 발음으로는 ‘리휘’라고 했다. 아름답고 지혜롭다는 의미란다. 리휘의 어머니는 영어를 잘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가며 나와 이야기 하려고 애썼다. 동리휘는 숙제가 많다며 나와 놀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틈이 나는 대로 과학 숙제와 수학 숙제를 보여주며 공부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리휘는 아침 7시 30분에 등교하여 오후 5시 30분에 수업이 끝난다고 했다. 곧바로 귀가하여 숙제를 한다. 흥미로웠던 것은 중국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오로지 학교 수업과 숙제만으로 공부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3∼4시간을 열중해 풀어야 겨우 끝낼 정도의 양이라고 했다. 중국이 세계 최강 국가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뜨거운 학문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숙제에 매달려 있는 리휘를 대신해서 리휘의 어머니는 나와 같이 산책도 나가 주시고 맛있는 밥도 차려주셨다. 리휘와는 숙제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 했지만 저녁을 먹으며 중국의 문화, 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말해 주었다. 대화 내내 늘 웃으며 나를 먼저 배려해주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리휘와 나는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아쉬움 때문에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버스에 탔을 때에도 리휘는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며 잘 가라고 웃어주었다. 홈스테이 경험을 통해 중국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절,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정신없는 시간에도 내 소지품을 챙겨주는 배려, 여행을 하면서 먹으라고 물과 간식을 싸주는 따뜻함에 감동했다.

약 3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소주는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만족스러웠었다. 마음에 드는 음식도 많았고 유원과 한산사, 호구탑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산사 장계의 시와 108번의 종소리 이야기는 감명 깊었다. 유원을 지은 목적과 그 웅장함과 꾀 그리고 시대를 이어옴에도 거의 변하지 않은, 수많은 비밀과 보물이 묻혀있다는 동방의 피사의 사탑 호구탑까지 가이드 선생님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다.

호구탑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함벼가 칼을 시험해보려고 바위를 내리쳤는데 바위가 쫙 갈라진 모습, 두꺼비가 된 스님의 모습, 비밀을 지키기 위해 천명의 일꾼들을 죽였다는 바위, 보물을 찾으려고 엄청나게 깊게 판 우물. 모든 게 새로웠고 신기했다. 상해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금가루와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 거리는 상해의 야경은 아주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중국을 출발할 때, 다소 어색했던 친구들도 어느 새 굉장히 친한 친구 관계로 발전했다. 선생님들과도 더욱 가까워졌다. 귀국하는 날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부쩍 친해진 가이드 선생님과도 이별하기 싫었고,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여행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만 같아 착잡했다. 며칠만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결국엔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여행 일정이 조금은 빡빡했지만 알찼다. 다시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내 청소년기, 중 2의 앨범에 한 페이지를 그린 것 같아 뿌듯하고 기쁘다.

이번 중국 여행은 단지 관광이 아니라 배움의 목적으로 방문한 만큼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고 그만큼 배운 것이 많았다. 특히, 중국인들의 친절함, 예절, 교육열 등을 보며 내 머리 속의 편견이 부셔졌다. 마치 스펀지처럼 세계의 문화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면서도 놀랍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 중국 고유의 전통을 지켜가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예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사적으로 관련이 깊고, 오늘날에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무한하게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웠고, 깨달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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