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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前 교육장 "찬사와 반발 '핫'한 번역서 출간 화제"
 [인터뷰]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번역… 사회과학 10위권, 교육 분야 1-2위 베스트셀러 선정
2018/11/02 12: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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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박사.jpg[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지난 9월 18일 출간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 교육계에서 화제다. 각종 SNS 등에서 교사를 비롯해 교육계 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소식을 전하며 책의 내용을 요약한 글을 게시하거나 개인 감상을 올리고 있는 것. 
 

이 책은 영국의 교육 현장에 등장한 ‘학생주도 학습이 효과적이다’, ‘지식보다 역량이 효과적이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등 7가지 주장을 근거 없는 교육 미신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교육상황과 너무도 유사한 사례이기에 한국 교육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목상고 교장으로 지난해 8월말 정년한 후 교육성장연구소에서 1년 동안 번역해 교육계에 뜨거운 찬사와 반발을 동시에 일으킨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옮긴 김승호 전 함평교육장(사진)을 만나 ‘핫’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 화제다. 간략하게 어떤 내용의 책인가? 이 책은 저자 데이지 크리스토둘루가 3년 동안 영국의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통해 발견한 학교현장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자는 누구보다도 잘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학생들의 학력을 높일 수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론과 실제 면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3년여의 휴직기간 동안 교육과정, 교육행정 체제, 교사들의 수업 실제를 분석하면서 최신 교육학 연구 결과들을 활용해 기존의 교육관점들과 수업방식들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교육효과를 저해하는 잘못된 교육철학과 수업방법론 그리고 이에 따른 실제 사례들을 일곱가지 주제로 정리한 책입니다.


▲ 이 책을 옮겨 출판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 교육의 화두는 교육내용 측면에서 핵심역량이며 교육방법 측면에서는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배움 중심 수업에 관한 것입니다.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기에 진입한 현대사회는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으며, 교육계도 마찬가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창의력과 사고력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형 교육과정이라 불리면서 미래사회를 대비한 핵심역량과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을 강조했으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을 교육과정 총론에 공식적으로 포함시켰고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의미를 살려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교육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켰고 동시에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교사중심 수업이 비판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중등학교에서 수업를 직접 지도했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자인 학교장으로서 학생들의 학력을 분석했던 저는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는 점을 실감했었습니다. 그래서 지식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농어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학력 배양에 가장 필요한 국어사전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학교에서는 지식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칼럼을 준비하면서 이에 관한 저자 크리스토둘루의 책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영국도 학교교육에 핵심역량을 도입하면서부터 우리와 매우 유사한 교육적 혼돈을 경험했지만 조정 과정을 거쳐 이제는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핵심역량을 비판하거나 참여형 수업에 대하여 문제점을 제기하는 책을 쓴다면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이상한 사람, 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개혁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번 번역서는 유사한 교육상황을 경험한 국가, 특별히 우리나라가 학년군제, 핵심역량, 프로젝트 수업 등을 도입할 때 모델로 여겼던 영국의 사례를 제시해 우리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이 책은 영국 교육정책 변화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영국교육과 우리나라 교육 어떤 점이 유사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  이 책은 영국의 핵심역량 중심, 학생 참여 중심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은 1999년에 도입돼 2012년 개정 이전까지 적용된 것입니다. 이 교육과정의 이론과 적용 방향은 우리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데 역량중심, 학생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이 교사들의 수업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에 개정됐습니다. 역량에서 지식 중심으로 바뀌었고,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에서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권장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한 발짝 늦게 교육과정을 개정한 우리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군을 대상으로 시작해 올해는 초등 3-4학년군,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으로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던 영국은 이미 이를 탈피한 시점에 우리는 혁신적인 교육이라고 적극적으로 이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영국과 한국은 교육과정과 교육체제의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몇 가지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교육과정과 교과서 측면입니다. 두 나라 모두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교육내용 선정에서 학교 자율성이 높고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서 검인정 체제인 우리와 다릅니다. 이 책에는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몇 개의 교과를 융합한 '개방적 사고'(Opening Minds)라는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200개 정도로 전체 중등학교의 6%에 이르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자기 방식대로 학습하도록 개발됐다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 핵심역량 중심으로 개발된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없는 상황인데도 몇 개의 교과들이 융합적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연구학교 사례들이 있는데 담당교사들의 준비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경우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창의성과 핵심역량 배양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핵심역량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시기에도 학년군을 마치는 초2, 초6, 중3, 고2 시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초6 시험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날짜와 시간표에 따라 실시되고 있습니다.


평가를 통해 모든 학생들의 기본학력에 대한 학교교육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학부모의 자녀 학력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2013년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폐지됐고 시·도교육청들은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일제고사라 하여 폐지했습니다. 학교에서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더라도 교사별로만 실시해 학력분석을 위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2017년부터 전집에서 표집으로 변경된 후 기초·기본학력에 대한 관심이 매우 약화된 실정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경우 단위학교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2009년부터 장학지도를 폐지했지만 영국에서는 교육기준청(Ofsted)에서 단위학교의 학력향상과 수업개선 노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교육미신.jpg▲ 역량중심 교육과정 도입 이후 학업성취도가 실제로 떨어지고 있는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2015년에 실시한 PISA 성적은 확실히 하락했다. 7가지 미신이 교실에 많이 전파된 영향이 있다고 보는가? 데이지 크리스토둘루는 이 책을 썼던 2010년 전후의 영국의 학교교육이 지식교육 대신 핵심역량 개발 중심으로, 교사 주도의 수업 대신 학생 주도의 참여형 학습으로 운영돼 학생들의 학력, 특히 기초·기본학력의 저하가 초래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의 2013 개정 교육과정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학생들의 성취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국과 동일하게 핵심역량 중심, 학생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PISA 성적이 저하돼 있다면 영국과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급격하게 추락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핀란드 다음으로 일본과 경쟁하면서 2위 또는 3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 내의 순위로 우리와 순위를 다투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상하이 등 비회원국들이 제외된 결과입니다. 비회원국을 포함할 때도 우리의 순위는 2000년에 읽기 7위, 수학, 3위, 과학 1위로 상위 수준을 보인 후로 꾸준히 3위 또는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 읽기 5위, 수학 5위, 과학 7위로 하락한 후 2015년 결과에서는 읽기 7위, 수학 7위, 과학 12위로 하락했습니다.


수학의 경우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대만, 일본, 중국에 이은 7위이며 과학에선 베트남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상위권 학생들의 하락 정도는 소폭이었으나 하위권 학생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6년 12월 6일 발표된 우리 교육부의 2015 PISA 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최하위 1수준 학생들의 비율이 3년전 시행된 2012 PISA 결과와 비교해 국어는 7.6퍼센트에서 13.6퍼센트로, 수학은 9.1퍼센트에서 15.4퍼센트로, 과학은 6.7퍼센트에서 14.4퍼센트로 증가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학력저하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기초·기본학력을 확보해야 할 초등학교 시기에 국가와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표집평가조차 없고, 학교단위에서도 교사 개인별 과정평가만 실시해 학교 또는 학년 단위에서도 학생들의 학력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실정입니다. 며칠 전에 끝난 국정감사에서 이군현 의원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기초학력 실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자료부존재’로 답변했고, 학교서열화 방지를 위해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며 문제가 없으면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우리와는 반대로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일곱가지 교육미신으로 인한 학력 저하 추세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식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과정 도입, 교사의 수업 주도성을 강화하는 교수법 권장 등 전통적인 방법일지라도 새롭게 채택하고 있습니다. 문제 공유 없이 비전을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 많은 교사가 이 책을 보고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교사들이 책은 읽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사들에게 받은 인상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반응에 놀랐습니다. 출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3대 인터넷 서점의 판매량 부분에서 5주간 연속 사회과학 분야 10위권 이내, 교육학 분야 1위 또는 2위의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교사들이라고 여겨집니다. SNS에서 교사, 교육행정가, 교육학 교수들이 일곱가지 미신을 토론 주제로 삼아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있어서 번역을 시작했던 목적이 이미 달성된 것 같습니다.


지식교육과 역량교육 논쟁이 시작돼 교육학의 잠을 깨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어느 교수님의 기대, 역량교육이 참학력이나 신학력으로 불리면서 현장에 적용된 후 나타난 문제점들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찾았다는 어느 선생님의 감사 소감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역량중심, 학생 주도의 수업을 실시하면서 경험했던 실패담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메시지의 일부를 든다면 “미래사회를 대비한 역량중심 교육을 강조했고 프로젝트 과제도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는데 이 책을 읽다가 뒤통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뭔가 시원하게 뚫린 기분이었다. 이 책 덕에 성취기준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던 나의 수업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라는 고백의 글입니다. 이 글을 썼던 선생님은 억지로 보여주기식의 연구수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고, 이 책이 지식교육을 강조하지만 암기교육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지식보다 역량, 교사주도보다 학생주도 등 이분법적 사고가 유행처럼 급속도로 번지는 경향이 있다. 이분법적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 보는가?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고 핵심역량도 제대로 길러 주어야 합니다. 지식과 역량은 경중을 가리거나, 어느 하나를 상대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시대에 지식교육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창의력과 의사소통능력 그리고 협력하는 자세 등 핵심역량이 중요하며 핵심역량을 학교교육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식과 역량에 대해 논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우리의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관점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불리기도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초등학교) 134쪽 [부록 1]에는 개정에 관한 묻고 답하기가 제시돼 있습니다. ‘교과 역량은 무엇인가요? 핵심역량과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의 답변에서 교과 역량과 핵심역량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역량은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의 차원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과 역량은 교과가 기반한 학문의 지식 및 기능을 습득하고 활용함으로써 길러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핵심역량은 일반 역량에 해당합니다.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을 아우르며 조절하는 총체적인 역할을 하고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이 제대로 계발돼야 발달될 수 있으므로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역량은 교과수업과 분리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교과수업과 관련된 교과별 교육과정에는 역량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에는 총론의 6가지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심역량은 교과에서 다루기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목표 및 내용이라고 봐야한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2015 개정 창의적 체험활동 해설서(초등학교) 12쪽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교육과정이다…교과활동은 특성상 교과 고유의 지식,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인지적, 학문적인 접근을 주로 하게 된다. 반면에,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에 의해서 습득된 것들을 적용하고 실현해 보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접근 방식도 구체적인 체험 활동 중심이다…또한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고양시킬 수 있다. 그리고 교과활동에서 달성할 수 없는 능력, 기능, 태도를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하여 배양할 수도 있다’라고 제시돼 있습니다.


핵심역량을 교과 역량과 분리해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다뤄야 할 일반 역량이라는 것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초등학교) 19쪽에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구조 개편으로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교과외 활동으로 재편해 글로벌 창의인이 구비해야 할 핵심역량을 획득할 수 있는 학습기회로 활용하도록 한다’로 제시돼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과정 지침을 근거로 한다면, 교과수업에서는 교과 고유의 지식과 기능을 인지적과 학문적 접근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고, 교과수업에서 가르칠 수 없는 핵심역량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과수업에서 지식보다는 핵심역량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며 교과수업 중에 핵심역량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입니다. 또한 핵심역량을 수업에서 지도해야 할 학력 요소로 보는 참학력이나 신학력의 관점도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사실 한정된 시간의 교과수업을 통해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 해당 교과영역에서 알아야 할 보편적 지식, 그리고 학년(군)에서 배워야 할 필수학습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기초·기본학력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 보충학습까지 제공해 주어야 하는 교과담당 교사들에게 핵심역량 과제를 추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통해 교과지식과 함께 핵심역량을 배양해 주기 위해서는 교과활동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심역량을 교과수업과 연계시키려 한다면 정규 교과 이외에 교과를 통합한 융합교과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과학고나 과학중점학교에서 주당 2시간의 과제연구(R&E) 과목을 별도로 개설해 팀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추천평을 통해 교사주도의 설명식 강의 수업이 주입식 교육 방법으로 매도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교수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교과수업 방식도 기존의 교사주도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박남기 교수는 미래 핵심역량 개발을 위해 학생 주도적, 학생 참여적 수업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지만 교사 주도의 설명식 강의식 수업마저 주입식으로 매도되면서 주로 이 방법에 의존해 온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적 지식을 전달 및 이해시키려고 할 때 효과적인 강의법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교수법은 수업의 내용과 목표, 가르치는 사람의 특성, 학생의 특성, 그리고 수업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시건주립대 교육심리학 교수였던 브라피도 모든 수업 상황에 다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업방법이나 만병통치약 같은 수업기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수업에서는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수업목표 달성이 중요하며 수업기법은 수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핵심역량을 기르는 수업이라고 여겨지는 질문 토론 수업,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특정 방식만이 가장 바람직하다기보다는 수업내용과 대상, 그리고 교사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 교육 전반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시기에 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 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면 보다 발전된 해결방안을 찾기 쉬울 것입니다.


이 번역서는 학교 지식교육이 경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 이론과 교실 실제간 불일치 문제를 다루었고 인터뷰에서는 지식과 핵심역량 교육에 대한 논쟁에서 국가교육과정 지침에 기반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검토해 보았습니다. 이제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교육과정 관련 문제들을 인식하고 발전적인 정책 대안들을 찾아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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